수협은행은 지난 2016년 신경분리 이전에는 주로 기획재정부 출신 전직 관료들이 은행장으로 내려왔지만 신경분리 이후에는 은행권 또는 수협 내부 인사가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임자인 김진균 전 행장과 강신숙 현 행장이 연달아 '수협 출신 영업 전문가'였다는 점에서 3연속 내부출신 영업통 인사가 선임될 지 관전 포인트다.
◆ 경쟁력 앞서는 신학기 부행장...뒤쫓는 박양수 부행장
현직인 강신숙 행장을 제외한 후보군에서는 신학기 수석부행장이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신 수석부행장은 1995년 수협중앙회 입사 후 지난 2009년 수협은행 인계동 지점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협은행에서만 몸 담고 있는 내부 인사다. 은행 내에서는 ▲인계동 지점장 ▲고객지원부장 ▲전략기획부장 ▲남부광역본부장 등을 역임한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신 수석부행장은 김진균 전 행장 재임 시절이었던 2020년 12월 수석부행장에 임명됐는데 이후 강신숙 현 행장 취임 후인 2022년 말에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다. 새로운 행장 체제에서 은행 2인자인 수석부행장 자리에 유임되고 연임까지 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수협은행은 현재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하고 있는데 금융지주사 전환의 핵심 중 하나인 '비은행 M&A' 전략을 담당하는 'M&A실'이 신 수석부행장 산하에 있을 정도로 그는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깊숙하게 관여되어있다.
금융지주사 전환 전후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그리고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비롯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재 해당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수석부행장이 강 행장의 최고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부산 출신인 노동진 수협중앙회장과 같은 경남권 인사라는 점도 보이지 않는 강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내부 출신인 박양수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도 신 부행장 못지 않은 영업통 인사다. 신 부행장과 같은 해인 1995년에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2007년 비산동 지점장을 시작으로 ▲방화동 지점장 ▲연남동 지점장 ▲여의도 지점장 ▲강남기업금융본부 RM지점장 ▲전남지역금융본부장 ▲서부광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만 본부 부서장 경험은 수산금융부장과 준법감시부 파견 정도로 적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지난 2022년 12월부터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CRO)에 임명되면서 영업과 리스크관리라는 양대축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전직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김철환 전 부행장도 후보군에 꼽힌다. 김 전 부행장은 1990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신경분리 이후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기업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퇴임했다.
퇴임한 지 수 년이 지난 상황이라는 점과 앞선 두 차례 은행장 공모에서도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는 점에서 현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자산관리 전문가 양제신·수산업 전문가 강철승 변수될까?
외부 출신 인사 중에서는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1960년생인 그는 하나은행 지점장과 리테일영업추진2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3년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으로 옮겨 자산관리부문 대표를 3년 간 지냈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영업파트를 모두 경험한 이력을 보유했는데 하나증권 재직 시절에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간 은행-증권 복합점포 설립을 비롯해 영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한 이력이 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퇴임한 이후 에셋플러스운용 대표이사와 현대자산운용 종합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내며 자산관리부문 업무를 수 년간 이어왔다. 양 전 부행장 역시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의 이력보다는 하나금융투자로 옮긴 이후의 활약상이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면서 "은행-증권사 복합점포를 비롯해 은행 영업문화를 증권사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실적도 상당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유일한 비금융권 후보인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는 수산관련 업무만 수 십년 종사한 수산업 전문가이지만 금융경력이 전무하고 70대 고령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은 떨어진다. 이전에도 수협은행장 공모에 두 차례나 지원한 바 있고 지난해 3월 수협 지도경제대표직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는 1966년부터 14년 간 수산청(현,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직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1981년부터 10년 간 선박안전관리공단에 몸담았다. 이후 전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중앙대학교 산업창업대학원 교수로 근무했다.
한편 지난 2022년 당시처럼 이번 행장 공모 역시 재공모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22년 당시에도 1차 공모에서 후보 5명이 심사를 받았지만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재공모 끝에 강신숙 현 행장이 은행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당시 강 행장은 1차 공모에 지원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더욱이 이번 공모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재공모 가능성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정부 측 인사 3명(기재부장관·해수부장관·금융위원장 추천)과 수협중앙회 측 인사 2명으로 구성돼 관료 출신과 수협 출신 후보가 대립하는 구도를 이어왔다.
수협은행은 오는 12일 해당 후보자들에 대해 면접 여부를 통보한 뒤 오는 23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12일 후보들에게 면접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며 예년에는 공모자 전원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