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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중국 매각 없다' 공언에도 의구심 지속되는 까닭은?...중국 국제자원 공급망 장악론까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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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중국 매각 없다' 공언에도 의구심 지속되는 까닭은?...중국 국제자원 공급망 장악론까지 제기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4.10.0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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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놓고 영풍·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분쟁이 연일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매각 가능성을 놓고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 매수 마감일(10월 4일)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1대 주주인 MBK는 고려아연을 인수한 뒤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국세정세와 MBK의 과거 말바꾸기 전력 등으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급기야 미국의 안보분야 싱크탱크에서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성공할 경우 핵심 기술이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는 MBK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hostile takeover attempt)’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hostile takeover attempt)'로 규정했다.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hostile takeover attempt)'로 규정했다.

SAFE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에너지 관련 제반 정책 건의를 담당한다.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다자협력체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의 실질적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월부터 미국에 이어 MSP의 의장국을 수임하고 있다.
 
SAFE는 MBK의 이번 적대적 M&A가 현재 중국 제련소들이 직면한 공급 재고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정제 아연 수입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뿐 아니라 니켈제련 기술 또한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 소재 생산에 필요한 기타 핵심광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따라서 이번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중국이 아연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SAFE의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정제 아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 2차전지 음극재 생산에 필요한 흑연 공급망도 90%를 점하는 상황이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 투자를 통해 원료를 값싸게 들여와 가격경쟁력을 확보, 글로벌 전구체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료국들의 원광수출금지정책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값싼 소싱 대신 기술력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니켈 제련소를 착공하면서 니켈 생산량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본과 관계가 있는 MBK가 인수 후 중국에 매각한다면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이 무너져 국가기간산업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SAFE는 MBK와 중국의 유대 관계를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SAFE는 “고려아연이 니켈 제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어 MBK의 인수 시도는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중국 매각 계획은 없다는 게 MBK의 공식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MBK는 과거 국내 기업 인수 후 여러 차례 말을 바꾼 바 있다는 점이다. 해외 자본에 기업을 넘긴 적은 없지만 시도를 한 사실은 있다. 2016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뒤 먼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투자자와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자 3년 후인 2019년 국내 DN그룹에 매각했다.

2015년에는 홈플러스 인수 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현재까지 21개의 매장을 폐점했고 직원 규모도 줄였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는 약 2만 명으로 2015년 인수(약 2만5000명)에서 5000명이나 줄었다.

2013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과정에서도 10년 이상 회사를 보유하고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 했지만 6개월 후 270명 감축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는 전체 평직원의 30% 정도다. 임원도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재매각 금지 기간인 2년이 지나자 바로 중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희망자들과 협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 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광일 MBK 부회장이 당시 공개매수 가격(66만 원)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인상할 계획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지만 지난주 바로 75만 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MBK가 사실상 외국계 자본으로 구성된 만큼 기간산업과 핵심기술의 유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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