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상반기 일부 구간에서 이자율을 인상한 뒤 하반기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시장금리가 인하돼도 이를 반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위 10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2개 사는 올해 일부 구간에서의 신용거래융자 최종이자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영업점·비대면(뱅키스)으로 구분돼 있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통합이자율로 개편했다. 개편 후 비대면 기준 1~7일 구간 이자율은 4%에서 4.9%로 0.9%포인트 올랐으며 8~15일 구간도 7.9%에서 8.5%로 0.6%포인트 상승했다.
비대면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장기간 구간의 이자율은 개편 후 인하했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비대면 고객의 15일 초과 구간 이자율은 9.5%에서 9.3%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3월부터 대면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구간에 따라 0.2~0.4%포인트 높였다. 비대면 고객도 16~30일 구간은 8.9%에서 9.1%로 0.2%포인트 상승했고 31일 초과 구간은 9.1%에서 9.5%로 0.4%포인트 올랐다.
KB증권 측은 "지난 3월부터 모범규준에 의거해 대출금리 산정 관련 내부지침을 변경했으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CD금리 변동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기준금리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증권사는 올해 10월 기준 지난해와 신용거래융자 최종이자율 변동이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4월부터 1~7일 구간 이자율을 계좌별로 1~2%포인트 내렸으나 8월 이후 이자율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신한투자증권도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1~7일 구간 이자율을 0%로 적용했으나 10월 현재 이벤트는 끝난 상태다.
신용융자거래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받고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보유 자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때 유용하지만 주식 매입 후 만기까지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에 의해 강제로 주식을 처분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은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직전 3개월 평균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로 정해진다. 가산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나 신용 프리미엄, 업무 비용 등이 반영된다.
시장금리 하락 추세에 발맞춰 CD 수익률도 올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D 수익률은 3.83%였으나 올해 9월은 3.52%로 0.31%포인트 내려갔다.
하지만 CD 수익률 하락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그만큼 가산금리가 상승한 탓에 실제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바뀌지 않는 상황이다.
일례로 9월 말~10월 초에 걸쳐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 등의 경우 CD 수익률 변동의 영향으로 기준 금리가 0.02~0.04%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가산금리 역시 0.02~0.04%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에 실제 이자율은 변동이 없었다.
증권업계는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라 하더라도 대출 이자율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시장금리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을 진행했을 당시의 금리, 업무 원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를 비롯한 대출 서비스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때는 1~2개월 전에 미리 정해진 금리가 적용된다"며 "단순히 시장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곧바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에는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 내부자금 이용료, 리스크 비용 등이 반영된다"며 "시장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리스크 비용이 상승하거나 제반비용 부담이 커져 가산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