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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X파일] 발달지연 아동 민간 치료 보험금 0원,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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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X파일] 발달지연 아동 민간 치료 보험금 0원, 주의해야
사설센터 민간 자격자 놀이치료, 의료행위로 안 봐
  • 서현진 기자 shj7890@csnews.co.kr
  • 승인 2025.04.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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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이 진화하면서 보험금 지급 기준도 세태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보 부족과 불명확한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복잡한 약관, 강화된 심사 기준 속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 법정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최신 법원 판례와 금융당국 규정을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의 경계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경기도에 사는 안 모(여)씨의 자녀는 발달지연 아동으로 사설 센터를 다니며 꾸준히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안 씨가 놀이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어린이보험을 가입했던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연락하자 현장 실사가 나왔다. 이어 중앙회 측은 의료자문을 신청했고 약관에 따라 결국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전문지식을 갖춘 상급종합병원 전문의를 통해 아이의 현재 상태가 호전됐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며 "현재 합의를 거치고 있다"고 답했다.

#. 서울시에 사는 이 모(여)씨의 자녀는 발달지연 아동으로 최근까지 사설센터에서 민간 치료사에게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해상에 태아보험을 가입해둬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회사 측은 사설센터의 놀이치료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 갈등을 빚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일부 무자격 의료행위로 시기별 적정 치료에 대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의료행위는 의료인이나 의료기사만 시행할 수 있고 민간 자격 치료사의 놀이치료 등을 받은 경우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간 민간 자격 치료사의 치료 행위를 의료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보험금 지급 쟁점이었으나 최근 법원 판결 등으로 보아 이러한 경우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9일 법원은 민간 치료사가 진행한 발달지연 장애 치료는 의료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1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재점화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37부(부장판사 이효진)는 의료행위 자격이 없는 민간 자격 치료사가 시행한 의료행위에 대해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18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발달지연 아동 치료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로 ▶민간치료사에 대한 심사 강화 ▶의료자문 통해 발달지연 아닌 발달장애로 진단해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현대해상,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모든 손해보험사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갈등은 현재 국내 발달지연 관련 치료 대부분 사설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국가에서 지정한 치료 기관이 현저히 적다 보니 병원이 아닌 사설센터 등에서 민간 자격 치료사가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설 기관에서 진행하는 놀이치료 중엔 국가에서 치료사에 대한 자격시험제도를 별도로 두지 않는 치료도 있다. 그렇기에 민간자격을 가진 '놀이심리상담사'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발달지연 아동을 둔 부모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민간자격증 치료사의 행위는 실손보험금 청구 대상이 아니며 일부는 치료받지 않아도 될 아이들까지 과잉진료로 발달지연 코드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현대해상의 발달지연 아동 보험금 부지급 소송이 이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에선 의료기관을 흉내내는 속칭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피고인들이 발달지연 아동에 언어치료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보험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대해상은 이번 소송에서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놀이'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놀이심리상담사와 같은 민간자격자가 놀이치료를 행할 수 있으나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른 발달재활서비스와 의료행위는 다른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르면 △언어 △놀이심리 △미술심리 △음악재활은 발달재활서비스에 포함된다.

또한 민간 자격과 의료기사인 작업치료사는 자격 취득 절차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작업치료사의 경우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이나 의료기관·보건소 등에서 임상실습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민간 자격은 의료행위가 아닌 복지관 및 심리상담센터 등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관련 자격이며 '치료사'라는 이름이 포함된 자격도 없다.

신경발달중재치료(NZ009)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놀이치료 역시 의료인에게만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신경발달중재치료 내 놀이치료는 의료행위로서 의료인 또는 보건의료관계법령에 따라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자만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은 이번 소송을 통해 무자격자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간 자격자 의료행위 방치 시 다른 의료영역에도 민간 자격자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며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측은 "이번 판결은 실손보험이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보장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디지털대 최미수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분쟁이나 소송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약관으로 치료의 직접 목적으로 봤을 때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부지급은 약관상 맞다고 판단된다"며 "사설기관이나 민간 자격 치료사의 놀이치료를 통해 아동들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나 치료의 직접 목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약관상 의료법에 대한 내용들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계약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발달지연 아동 호전까지 보상해 주게 된다면 보험료는 굉장히 높아지게 되고 결국 보험 시스템이 무너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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