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17일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하산 카탄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피난의 동지들(Allies in Exile)'을 특별 상영하고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월 설립이 발표된 DFF는 전쟁·분쟁·박해 등으로 강제 이주를 겪은 난민 영화 제작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유니클로는 설립 파트너로서 10만 유로를 기부했다.
카탄 감독이 연출한 '피난의 동지들'은 올해 1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10대 영화제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이번 특별 상영이 첫 상영이다.
간담회에는 야나이 코지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수석 집행임원 겸 지속가능경영 총괄, 클레어 스튜어드 DFF 운영 총괄 겸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운영 총괄, 이일 어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모기업이며 어필은 난민 등 이주민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공익법센터다.

야나이 집행임원은 특별 상영에 앞서 "유니클로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난민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대중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왔지만 여전히 난민이 처한 현실은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난민을 보다 잘 지원하면서 동시에 난민이 지닌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DFF 펀드를 론칭하게 됐다"며 "제 생각에는 영화만큼 강한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한 일상의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펀드 론칭 계기와 영화 제작 지원 배경을 밝혔다.
야나이 집행임원은 "DFF로 '피난의 동지들'을 포함해 영화 5편이 제작됐다"며 "난민이 겪는 어려움을 난민의 시선에서 담아낸 일상과 그들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유니클로의 철학 '모두를 위한 옷(Made for All)'은 DFF의 철학과도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더욱 공고히 해나가면서 전 세계 난민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 확산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 '피난의 동지들', 영화로 쓰인 '카탈로니아 찬가'…시리아 난민이 겪는 망명 생활 속 불안 조명
"망명 생활에서 기다림보다 힘든 건 없다"
'피난의 동지들'은 DFF 지원을 받은 첫 영화로 시리아 출신 '하산 카탄'과 '패디 알 할라비'가 영국 난민 숙소에서 신청 결과를 기다리며 겪는 망명 생활을 기록하며 이들의 불안을 조명한다.
조지 오웰 작가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민병대원 오웰의 시선에서 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면 카탄 감독의 '피난의 동지들'은 시리아 내전에 휘말린 카탄과 패디의 시각에서 폭격기가 지나간 흔적을 생경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경보와 함께 시작된다. 카탄과 패디는 아침 단잠을 깨운 화재 경보 사이렌에도 당황한 기색도 없고 대피할 생각도 않는다. 영국 난민 숙소 내 화재경보기가 일으키는 오작동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우리가 난민이 되어 고향 알레포에서 이토록 멀리 왔을까"
카탄과 패디는 2012년 알레포 미디어 센터에서 처음 만나 우애를 다져왔다. 알레포 미디어 센터는 시리아 내전 당시 반군 통제 지역 '알레포'에서 일어난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시민 저널리즘 그룹이다.
이들은 폭격이 있을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시리아 내전을 기록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아사드에 맞서 영원한 자유를'이라고 외치는 남성, 카메라 앞에서 담담히 엄마도 아빠도 모두 죽어서 우릴 돌봐줄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소년, 폭격이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 남은 이들을 입 막기 위해 날아오는 무자비한 총격.
카탄과 패디는 어느새 죽음을 기록하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난민 신청은 단 하나의 선택지. 이 시스템 안에서 잊히기라도 하면 평생 갇혀 사는 거지"
2023년 영화제를 다녀오는 길목에 입국 금지를 당하게 되며 이들의 기약 없는 망명 생활이 시작되게 된다. 난민 숙소에는 수많은 이들이 제각각 사연을 안고 서류 뭉치가 되어 신청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헬기가 폭탄 대신 꽃을 뿌리고 난민 신청 면접에서 면접관은 시리아 내전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무심한 질문을 던진다. 난민 숙소의 화재경보기는 여전히 자주 오작동을 일으키고 점검을 위해 모든 객실 문이 열리자 아이러니하게도 복도는 막혀 버린다.
아사드 정권 50여 년 독재가 무너지며 희망이 반짝 깃드는가 싶지만 종전과 동시에 영국은 시리아 난민 신청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한다.
카탄은 영국 공항에서 부인 및 두 자녀와 재회하지만 지진으로 가족을 모두 잃어 혼자인 패디는 끝내 시리아로 돌아가게 된다.
◆ 유니클로, 난민 지원 활동 4가지 이어와…자선 티셔츠 디자인 5종 선봬
특별 상영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카탄 감독은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카탄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친구 패디와 함께 난민 숙소에서 지내며 겪은 제 자신의 경험이었다"며 "우리는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살았고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수많은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망명 생활 내내 '왜 난민이 되기로 선택했나요?'라는 질문이 계속 저를 따라다녔다"며 "누구도 난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것은 결코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카탄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 질문에 답해보고 싶었다"며 "언론에서는 난민을 숫자, 표, 통계 그리고 정치적 논쟁으로 말하지만 제가 본 건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좌담에 앞서 스튜어드 운영 총괄은 "영화는 카탄이 영국 난민으로 인정받고 가족과 재회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보이지만 사실 15년간 지속해 온 우정이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카탄 감독이 패디를 만나러 시리아에 간다면 망명자 신분을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DFF 지원 선정은 추천 위원회와 선정 위원회 두 가지 정교한 프로세스를 거쳐 이뤄진다"며 "빠른 제작을 위해 신속한 촬영을 해내야 하므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제작자를 선별한다"고 DFF 지원 선정 기준을 밝혔다.
이 대표는 "세계적 추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난민 인정률이 굉장히 낮고 사실상 잘 보호되지 않으며 추방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한국에도 난민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활동 중 하나로 2015년부터 시작한 난민영화제가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에는 유니클로 지원을 일부 받은 것도 있다"며 "오후에 상영될 영화 중 하나는 이화여대 대학원을 재학 중인 미얀마 난민 친구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야나이 집행임원은 "2024년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난민 캠프를 방문했는데 두 가지 때문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첫째는 너무나 안타까운 실상을 마주해서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분들이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지금까지 망명 난민이라고 하면 뉴스에서 다뤄지는 것처럼 비극적이고 슬프고 고통받는 모습만 많이 봐왔을 것"이라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난민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DFF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언을 마쳤다.
야나이 집행임원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4가지 난민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긴급 구호 물품 전달 ▷의류 지원 ▷자립 프로그램 ▷매장 내 난민 채용 등이다.

한편 유니클로는 오는 19일 자선 프로젝트 '모두를 위한 평화(PEACE FOR ALL)' 티셔츠 5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4월 기준으로 해당 프로젝트로 판매된 티셔츠는 1046만 장이며 이를 통해 기부금 약 295억 원이 조성됐다. 판매 수익 전액은 빈곤·차별·폭력·분쟁 등에 따른 전 세계 피해자를 돕는 협력 파트너 활동에 쓰인다. 티셔츠는 ▷DFF ▷딕 브루너 동화 작가 ▷소피아 코폴라 작가 ▷피너츠 만화 ▷키 호이 콴 배우 등과의 협업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