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이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이내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즉시 항고하면 회생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번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홈플러스 직원 약 1만2000명에 달한다. 직영·협력 노동자 등을 포함하면 약 2만 명이 직접적인 고용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4603곳이고 이 가운데 약 47%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업체와 물류업체, 지역 농가 등을 연쇄 피해를 볼 인원이 최대 10만 명 규모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법원 결정 직후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남은 시간은 14일”이라며 “이 기간 안에 2000억 원의 자금이 마련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결국 청산 절차로 향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수십만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 투기자본 MBK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대로라면 홈플러스는 청산 수순을 밟게 되고 수십만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알짜 매장을 팔아 수익을 챙기고 최근 일본 시니어케어 기업 매각 등으로 수조원의 자산을 굴리면서도 정작 홈플러스를 살릴 2000억 원은 끝까지 외면했다. ‘먹튀’ 자본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홈플러스의 파산 위기는 경영 실패가 아닌 사모펀드의 기업 약탈 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사건”이라며 “사태의 책임은 최대주주인 MBK에 있다”고 밝혔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 후 메리츠금융그룹은 “김병주 회장은 아직까지 메리츠가 제공한 긴급운영자금 1000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선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실제 노동계 일각에서는 MBK가 과거 기업 인수 당시 고용 안정과 장기 투자를 약속한 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적대적 인수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20개 이상의 점포를 폐점했고 직원 수도 인수 당시 약 2만5000명에서 약 2만 명으로 감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자금난으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126곳에 달했던 점포는 지난달 67곳까지 줄었다. 2만 명이었던 직원 수 역시 희망퇴직 등을 거쳐 1만5000명까지 감소했다.
2013년 인수한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에서도 장기 보유와 고용 안정을 약속했지만, 인수 6개월 만에 일반직의 약 3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열린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업무집행사원(GP)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 ▲해임 요구 순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 위탁운용사에 중징계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MBK가 자본시장법상 불건전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MBK 측은 3일 “향후 관련 법적 절차를 통해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상환전환우선주)와 조건이 변경된 홈플러스 RCPS는 서로 다른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