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냉장고·정수기 소음 민원 빗발치는데…정부 기준 없고 기업은 '영업비밀' 꼭꼭 숨겨
상태바
냉장고·정수기 소음 민원 빗발치는데…정부 기준 없고 기업은 '영업비밀' 꼭꼭 숨겨
'저소음'도 63dB…층간소음 기준보다 높아
  • 정유진 기자 yj@csnews.co.kr
  • 승인 2026.06.29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례1.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5월 장만한 LG전자 제습기에서 점점 커지는 공진음을 감지했다. 처음엔 밤에 켜놓고 잘 정도로 조용했으나 언젠가부터 '위이잉~~~'하는 소리가 계속됐다. 저소음 모드로 전환해도 진동 소음은 계속됐다. AS를 신청해 방문한 수리기사는 “이 정도 소음은 원래 어쩔 수 없다”며 돌아갔다. 김 씨는 “지인이 사용 중인 동일 모델은 매우 조용하다. 소음은 지속되는데 해결책이 안 보여 답답하다. 새 제품으로 교환받고 싶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사례2. 서울에 사는 김 모(남)씨는 올해 4월 구매한 삼성전자 세탁기가 한 달차부터 가동 시 드릴을 뚫는 듯한 극심한 소음이 발생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기사가 방문했으나 현재 시점에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불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돌아갔다. 김 씨는 "세탁기를 가동하면 이웃세대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였다"며 "증거 영상을 보여줘도 현재 발생하지 않으니 이상이 없다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사례3. 대유위니아 냉장고를 지난해 11월 구입해 사용하던 충남 홍성군 최 모(남)씨는 요즘 가정 내에서 때아닌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냉장고에서 나는 '우웅~~~~'하는 소음이 심해 다섯 차례나 AS를 요청했지만 수리기사들이 모두 “정상 범주 소음이다”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처리해버려 문제 해결 진척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당장 산지 몇 달 안 된 대형 가전제품을 버릴 수도 없어 억지로 그냥 불편 감수하고 쓰고 있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관리할 정부 기준도 사실상 부재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하자로 판단하는 소음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법적 구제는 커녕 기업의 '깜깜이 기준'에 가로막혀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그마나 정부 기준이 마련된 '저소음' 인증 제품조차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웃돌아 해당 문구만 믿고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의 '저소음 표지 제도'는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2종에 그치며 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등급부터 AA등급, A등급까지 총 3단계로 나뉜다. ▶진공청소기 A등급 기준은 73데시벨 초과 76데시벨 이하 ▶세탁기 A등급 기준은 63데시벨 이하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정한 '공동주택 공기전달 층간소음의 야간 기준'이 40데시벨(dB)이다. 정부가 저소음이라고 인정한 세탁기조차 야간 생활소음 기준보다 23데시벨 이상 높은 셈이다.

더욱이 저소음 표지 제도는 의무가 아닌 기업 자율 신청 방식이다. 대상도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두 종류 뿐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소음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 주요 생활 가전은 아예 제외돼 있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쿠쿠 △코웨이 등 여러 브랜드의 냉장고·세탁기·정수기·안마의자·제습기·청소기 등을 사용하며 소음으로 일상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 장시간 가동하는 가전에서 잠을 깨거나 이웃 항의를 들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제조사에 AS를 신청해도 기사가 '정상'이라고 판정하면 별다른 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데시벨 이하여서 하자로 볼 수 없다"거나 하는 식의 구체적인 기준을 안내 받았다는 소비자는 드물다. 대부분 점검 결과 부품엔 이상 없고 소음도 정상 범위라는 진단만 받는다.

그렇다보니 가전제품 소음 정보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표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기능상의 하자'가 있을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 데시벨 이상 소음을 하자로 판단할 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실제 교환·환불 여부는 제조사 자체 규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음·진동관리법' 담당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 가전업체, 하자 판정하는 소음 기준은 '대외비'...꼭꼭 감춰 

문제는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자체 소음 기준을 대부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제품별, 상황별로 소음 유발 원인이 다양하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결국 표준화된 기준이 부재하다는 대목이기도 하다.

LG전자 관계자는 "국가 표준 규격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소음을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제품별 구체적인 내부 관리 기준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서비스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품목에 따라, 가전에서 소음이 어떤 연유로 발생하는지 원인에 따라서도 모두 달라 소음 기준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쿠쿠전자는 “몇 데시벨 이상을 소음으로 규정하는 기준은 정해진 바 없다. 다만 소비자 편의를 위해 60데시벨 정도를 임의 기준으로 잡고 소음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상황에 맞게 수리 또는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가전 소음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느슨한 데다 객관적인 하자 판단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기업들이 내부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유진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