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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죽음에 이르는 병~'상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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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죽음에 이르는 병~'상사병'"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8.18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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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병(想思病)은 말 그대로 생각을 많이 하여 생기는 병이다.

요즘 사람들은 ‘사랑해’ 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만, 원래 ‘사랑하다’는 ‘생각하다’의 의미였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그것이 쌓여 그리움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는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흔히 상사병에 걸렸다고 한다. 병명 자체가 무슨 우스개 같지만, 실은 매우 중대한 병이다.


한의학에서는 ‘사즉기결(思卽氣結)’ 이라 하여 생각이 지나치면 기가 뭉쳐서 순환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소화 기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생각이 많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음식을 봐도 아예 식욕이 안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맞선을 볼 때나 소개팅을 할 때, 마음에 드는 남자가 앞에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먹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사병에 걸리면 모든 감정과 감각이 한 사람에게만 쏠리게 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갈 수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눈빛은 항상 허공을 맴돌고 걸음걸이도 발을 헛딛는 것처럼 정신 나간 모양이 된다.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먹지도 못하고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가슴속에서는 그야말로 뜨거운 불길이 타올라 머리 위로 솟구친다. 거기다 영양실조로 전신적인 허약 증상까지 겹치면 바로 ‘미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상사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가슴에 맺힌 기를 풀어주는 것이다. ‘상사(想思)’의 대상을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지만 심장과 비장에 울체(鬰滯)되어 있는 기운을 풀어주면 비로소 식욕이 생기면서 소화 기능이 제대로 돌아온다.


그러고 나서 병행되어야 할 것이 정신적인 치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만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은 옛날 이야기에서처럼, 사람이 가슴에 맺힌 말을 하지 못하면 병이 되고 만다.

그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되었다면 주변의 친한 친구나 병원의 의사라도 찾아가 하소연해야 한다. 이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진정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줄 때, 비로소 환자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가슴을 여는 대화를 하다 보면 이미 병이 반쯤은 치료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 한 가지 생각에 집착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본다. 정신을 그야말로 ‘정신 없이’ 만들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가끔씩은 모든 것을 잊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자로 ‘사랑 애(愛)’ 자는 ‘받을 수(受)’ 자에 ‘마음 심(心)’ 자를 합친 말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바로 사랑이라는 의미다. 그 마음이 일방적으로 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못하니 병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황진이가 기녀의 길을 가게 된 것도 처녀 시절 이웃집 총각의 ‘상사병’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황진이를 보고 반한 총각이 혼자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황진이가 세상사 다 부질없음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기녀가 된 것이다. 조선 시대에도 이렇게 상사병은 죽음에 이르는 몹쓸 병이었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사람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갈구하다가, 그 사랑을 얻지 못하면 목숨까지도 버린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오늘도 이 넓은 하늘 아래, 또 누가 가슴앓이를 하며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밤을 새고 있을까?이은미한의원 원장 이은미 한의학박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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