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그림을 그려 넣어 170여억원을 호가하는 BMW 아트 카(Art Car)가 16일 서울에 왔다.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켄 돈,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내로라 하는 유명 작가들이 그림을 그려넣어 가는 곳 마다 화제를 뿌려온 넉대의 BMW 아트카가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경복궁 건너편)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된다.

‘움직이는 조각품(Rolling Sculpture)’이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을 순회 중인 이들 아트카는 유명작가의 예술세계를 자동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자동차 매니아들에겐 또다른 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화제다.
    
또한편으론 예술성도 예술성이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은 아무래도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가 BMW 차체에 그림을 그릴 경우 차값이 과연 얼마로 뛰느냐일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서울에 온 넉대의 BMW 아트카 중 앤디 워홀이 1979년에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물감을 마구 뒤섞고 숫자 76을 새겨넣어 알록달록한 추상화로 만든 아트카(BMW-M1)가 가장 비싸 약 170억원이라고 한다.

레이싱 카인 이 차는 현재 단종됐지만 당시 차값이 1억여원다고 하니 워홀이 그림을 그려넣음으로써 170억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대단한 가격상승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수퍼스타의 힘은 대단하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아트카도 값이 비싸긴 마찬가지다. 특유의 만화적 분위기를 세련되게 살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77년작 아트카(BMW 320i-그룹5 레이싱버전)는 100억원, 기하학적 패턴이 멋스러운 프랭크 스텔라의 1976년작 아트카(BMW3.0) 역시 100억원을 호가한다.

지명도면에서 이들 세 작가에 다소 뒤지지만 원색의 화려한 패턴이 신명나는 호주 켄 돈의 아트카(1989년 제작)가 그나마 절반 수준인 50억원대다.

    
BMW측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트 카 월드투어를 시작한 이래 싱가포르, 마닐라, 서울을 거쳐 시드니, 오클랜드(뉴질랜드), 델리를 끝으로 투어를 마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아트 카 외에 네 거장의 대표적인 평면작품(판화 회화 등등)도 나란히 내걸려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업세계를 비교해가며 음미하도록 했다.
    
미술과 디자인, 기술의 문화사적 발전을 반영하는 BMW 아트 카는 지금까지 파리 루브르박물관, 런던 로얄아카데미, 뉴욕 휘트니미술관, 베니스 팔라조그라시 등에서 전시됐다. 또 각종 국제박람회에도 출품돼 자동차와 예술의 매혹적 만남을 보여주었다.

“자동차도 하나의 오브제, 또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최초의 아이디어는 1975년 프랑스의 경매인이자 열렬한 레이서인 에르베 풀랑이 친구인 칼더(작가)에게 BMW의 레이싱카 BMW3.0 CSL에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시작됐다.

    
이 첫번째 아트 카는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해 레이싱 머신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이후 BMW는 로버트 라우젠버그, 산드라 키아, 데이비드 호크니, A.R 펭크, 마타조 카야마, 제니 홀처에게 아트 카 제작을 의뢰했다. 현재는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손이 16번째 아트카 제작에 한창이다.
    
한편 프랭크 스텔라는 BMW 아트카를 만들며 “나의 디자인은 차체에 옮겨진 설계도와 같다”(My design is like a blueprint transferred onto the bodywork)고 했으며, 워홀은 “나는 이차를 너무도 좋아한다. BMW 아트카는 예술 이상의 것이다”(I love that car. It has turned out better than the artwork)고 신바람을 전한바 있다.

한편 BMW 아트카 컬렉션은 최근에는 미니어처로 만든 컬렉션도 선보여 매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는 5월6일까지. 02-733-8945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참고자료

* 국내 전시 예정인 Andy Warhol, Roy Lichtenstein, Frank Stella, Ken Done 이외의 11명의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아트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