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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개통 유도하는 '악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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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개통 유도하는 '악마의 유혹'
대기업 사명 도용해 '무료' '당첨' 등 앞세운 낚시 이벤트 기승
  • 김솔미 기자 haimil87@csnews.co.kr
  • 승인 2011.09.27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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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이벤트’, ‘현금서비스’ 등을 미끼로 휴대폰 개통을 유도한 뒤,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요금폭탄을 안기는 사기 행각이 줄을 잇고 있다.

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면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는 ‘대포폰’ 사기는 기본, 이동전화 대리점과 P2P온라인 사이트의 제휴행사로 진행된 스마트폰 당첨 이벤트 역시 사실은 개통 ‘낚시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계속되면서 오갈 데 없는 서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휴대폰 개통을 강요한 뒤 달아난 판매자까지 있어 소비자들을 당황케 했다.

이 같은 사기행각은 대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기업의 사명을 도용해 이루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료 지급’, ‘이벤트 당첨’등으로 휴대폰 개통 권유를 받게 될 경우에는 해당 이통사 고객센터 측에 행사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은행 사칭 사기 주의보…휴대폰 개통 덤터기까지 씌워?

27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사는 박 모(남.30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한 저축은행에 대출을 문의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조 모씨로부터 알 수 없는 전화를 받았다. 대출은 불가능하나, 현금 15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끊지 않았던 박 씨는 “현금 지원을 받는 대신 휴대폰 2대를 개통해야 한다”는 황당한 설명을 듣게 됐다.

하지만 휴대폰 요금도 대신 납부해줄뿐더러 3개월만 사용하면 된다는 조 씨의 설명에 흔들린 박 씨. 무엇보다 개통만 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급전이 필요했던 박 씨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고 말았다고.

일단 70만원을 받은 뒤, 3개월 후 나머지 금액을 지급받기로 하고 조 씨의 제안을 수락한 박 씨 며칠 전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통장으로 두 달째 휴대폰 요금이 청구되고 있을뿐더러, 100만 원이 넘는 노트북까지 구입한 기록이 있었던 것.

다행히 통장에 잔고가 남아있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졸지에 120만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된 박 씨.

그는 “해당 은행에 전화를 걸어 직원 이름을 확인해본 후에야 은행 직원을 사칭한 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노트북 구입에 대해서는 업체 측과 연락해 합의를 봤지만, 휴대폰 개통은 사실상 본인이 직접 동의했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제보자가 알려준 조 모 씨의 휴대폰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 ‘당첨’ 스마트폰, 받고 보니 36개월 할부폰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에 사는 김 모(여.22세)씨는 최근 ‘A파일과 KT의 제휴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TAKE EV S-100폰 무료 지급에 대한 안내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싶어 재차 자기부담금 등 추가비용에 대해 확인했지만 “36개월 동안 해지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답이 전부였다는 게 김 씨의 설명. 하지만 개통 후 가입내용을 확인해 본 김 씨는 지급받은 폰이 36개월 사용조건으로 단말기대금을 할인받는 할부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가 참여했던 이벤트는 지난 4월 2일부터 30일까지 P2P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서 KT와의 제휴로 진행한다고 광고한 ‘스마트폰 무료 이벤트’.

광고 배너를 클릭하면 회원가입과 함께 동의 여부 창이 뜨고 테이크, 갤럭시K, 베가X 3종류 스마트폰 중 원하는 기종 선택이 안내됐다. 당첨여부를 문자메시지로 받게 되면 차후 상담원이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씨는 “‘무료 이벤트’, ‘이벤트 당첨’이라는 말로 고의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며 “결국 속아서 할부 가입한 꼴”이라며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이벤트대행업체 관계자는 “사전 안내를 제대로 읽지 않고 참여하거나 타인명의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어 신청자라 하더라도 상담원이 다시 연락해 개통 절차를 밟았다”라고 설명했다.

제휴행사를 진행한 대리점 관계자는 “신청자 중 선별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당첨’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라며 “‘당첨’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기도 했지만, 김 씨가 받은 TAKE EV S-100 기종의 경우 일반 대리점과 비교해보면 가격 할인 혜택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KT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이번 이벤트에 대해 “대리점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행히 김 씨는 비용부담 없이 단말기 반납 및 계약해지를 약속받았다.

◆ 나날이 진화하는 ‘대포폰’ 사기…“대기업 이름에 깜빡~”

경북 상주의 백 모(남.26세)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휴대폰임대업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한 30대 여성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백 씨에 따르면 이 여성은 “휴대폰 개통이 어려운 H그룹 임원과 유학생에게 3개월간 명의만 빌려주는 조건으로 휴대폰 1대당 40만원의 비용을 주겠다”고 설명했다는 것.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 없이 농업에 종사해온 백 씨는 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과 대기업과 관계있다는 설명에 아무런 의심 없이 동생과 친구의 명의를 포함, 총 9대의 휴대폰을 개통했다.

하지만 3개월 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백 씨의 앞으로 700만원, 동생 600만원, 친구 500만원 등 총 1천800만원 상당의 살인적인 요금폭탄이 발생한 것.

결국 막대한 요금을 지불할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백 씨에게 경매와 차압이 따라 붙었다.

백 씨는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의 행방이 묘연해 해결이 불투명한 상태”라며 “나 때문에 피해 입은 동생과 친구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현행 규정상 본인명의의 휴대폰을 불특정 타인에게 무료로 주거나 명의만 빌려준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 하지만 김 씨처럼 돈을 주고받는 등 방조의사 추정근거가 있을시 본(本)범죄의 방조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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