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3개월 고가 요금제 의무 가입'...휴대폰 불법 영업 기승
상태바
'3개월 고가 요금제 의무 가입'...휴대폰 불법 영업 기승
이통 대리점들 불법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 족쇄...본사 방임 의혹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6.23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허 모(여)씨 가족은 지난 2월 모두 SK텔레콤에 3회선을 개통했다. 당시 대리점 측은 "페이백으로 50만 원을 돌려주는 대신 요금제 변경은 3개월 후인 5월 15일부터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5월 15일에 요금제를 변경하자마자 통신사에서 '요금제 변경은 6월 1일에나 가능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고 대리점에선 페이백으로 지급한 5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계약 내용이 담긴 녹취록마저 40일 이후 삭제된다고 잡아땠다고. 그는 "통신사에서도 3개월 요금제 변경 제한 등에 대해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결국 짜고치는 고스톱에 소비자가 놀아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지난달 1일 KT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신규 개통한 서울 도봉구 창1동에 사는 홍 모(여)씨. 대리점에선 약정할인을 조건으로 3개월간 '79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며칠 뒤 지인을 통해 요금제를 의무로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리점으로 문의하자 인심쓰듯 한 단계 낮은 '69요금제'로 변경됐다. 홍 씨는 "당연히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정책인줄 알았는데 대리점 멋대로 조율이 가능한 거였다. 하마터면 3개월 간 비싼 요금제를 사용할 뻔했다"고 황당해 했다.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 시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대리점에서 '고가 요금제를 3개월간 유지'토록 하는 제도가 본사와는 무관한 불법적 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본사들도  이같은 편법을 알면서도 방임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기 당 70~80만원 하는 고가 스마트폰 구입 시 대리점에서 흔히 받을 수 있는 안내가 기기값 할인(페이백)을 조건으로 가입 요금제보다 1~2단계 비싼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3개월 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월 5만5천 원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가 보조금 명목으로 추후 현금을 되돌려 받는 대신 '월 6만9천 원 요금제'를 3개월 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조건인 것. 의무 약정기간에 요금제를 변경할 경우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고 으름장이 뒤따른다.

이러한 '3개월 의무약정'을 할인 혜택에 대한 특별 약정으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소비자들만 대리점 먹튀 등으로 페이백을 받지 못한 채 비싼  통신요금만 부담해야 하는 피해를 겪고 있다.  

◆ '3개월 의무 가입'이 '3개월 요금 사용'으로 둔갑?

그렇다면 일선 대리점에서 의무화 되고 있는 '3개월 간 요금제 유지' 제도가 과연 통신사의 정책일까?

현재 '3개월 간 특정 요금제 의무 가입'은 신규 가입 후 3개월 간 번호이동을 금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더 많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통신사를 이동하는 '폰테크 족'을 막기 위한 방침으로 지난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3사와 합의 하에 마련했다.

하지만 요금 할인을 명목으로 고가의 요금제를 일정기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3개월 의무 가입과는 무관한 엄연한 불법 행위다.

각 이통사들 역시 고가 요금제 의무 약정은 불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페이백이나 기기 할인을 명목으로 판매점 위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비싼 요금제를 일정기간 의무 약정하는 것은 당 사 약관에도 위배된다"면서 "본사에서는 불법 보조금을 인정하지 않고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이통사 대리점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불법 행위인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들도 이통사에서 물건을 가져와 파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본사 차원에서도 프로모션으로 보조금을 암암리에 지급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에 대한 방증으로 요금제 의무 약정기간을 대부분의 대리점에서 3개월을 두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각 통신사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신규 가입자가 어느 정도 정착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간을 일반적으로 3개월로 보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는 것. 이러한 이유에서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자를 꽁꽁 묶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상승과 가입자 정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 가입이 유지되면 정착했다고 보는 암묵적인 룰은 있지만 앞서 제기된 문제들은 개인(대리점주)과 개인(소비자)간 거래에서 촉발되는 문제이고 본사에선 공식적으로 지시한 부분이 없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단통법 시행으로 불법 행위 근절될까?

오는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와 같은 불법 행위가 근절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통법 제 5조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제한'에 의해 별도 지원금 지원을 명목으로 일정기간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이를 거부할 시 혜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겹도록 반복된 불법 보조금 전쟁을 돌아봤을 때 실제로 단통법이 시행되더라도 불법 보조금과 연계된 이러한 불공정 관행이 단 번에 사라질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수 년을 다뤄온 이통사 불법보조금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는데 단통법 시행 이후 불공정 관행이 깨끗히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면서 "무엇보다 개인 간 거래로 치부해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태도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