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광주시 북구에 사는 배 모(여)씨는 올 3월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백내장 보험금 청구 갈등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 전에도 안과 전문의에게 백내장 정도 등을 꼼꼼히 묻고 진행했지만 소용없었다. 보험사에 실비를 청구했지만 의료자문 결과 ‘백내장 수술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배 씨는 “병원에서 수정체 혼탁으로 수술을 진행했고 서류도 모두 제출했는데 담보에 있는 질병을 이제와 증상이 경하다고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당황스럽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 실시율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의료자문 부지급 건수와 비율은 크게 늘어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에 규정한 병원 및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21일 손해보험협회 따르면 지난해 16개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을 통한 부지급 건수는 1666건으로 전년보다 548건(49%) 늘었다.
이중 MG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카디프손해보험 등 6개 손보사를 제외한 모든 보험사의 부지급건수가 늘었다.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보험사는 DB손해보험으로 집계됐다. DB손해보험의 부지급 건수는 476건으로 16개사 중 가장 많았고 증가율도 371%로 높았다.
이어 현대해상이 154건에서 238건으로 54% 증가하며 뒤를 이었고 메리츠화재 역시 234건으로 전년 34건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해 백내장 갑상선 등 보험사기 관련 모럴리스크 제어를 강화하다 보니 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각각 207건, 194건으로 전년 대비 30건(17%), 2건(1%) 늘어나며 100건 이상을 상회했다.
의료자문 실시율은 DB손보와 AXA손보, 캐롯손보가 0.03~0.39%포인트 소폭 확대됐고 그외 보험사는 모두 낮아졌다. 반면 보험금 부지급률의 경우 1~50%포인트 높게 뛰었다.
실시율이 줄었음에도 부지급률은 높아진 보험사도 있었다.
롯데손해보험의 부지급률은 8.6%로 DB손해보험 다음으로 높았는데 전년 5.9% 대비 2.7%포인트 오른 반면 의료자문 실시율의 경우 0.05%로 전년 0.07% 대비 0.02%포인트 축소됐다. 농협손보 역시 실시율은 0.05%포인트 하락했지만 부지급률은 1.2%포인트 확대됐다.
DB손해보험의 부지급률이 9.6%로 전년 4.3% 대비 5.3%포인트 오르며 가장 높았고 MG손보 6.4%로 전년 7.1% 대비 0.7%포인트 하락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하나손해보험은 1.2%로 전년 2% 대비 0.8%포인트 하락했고 삼성화재는 1.1%로 전년 대비 변동 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과 브로커, 그리고 보험금 수령을 악용하는 소비자로 인해 의료자문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