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고장났는데 추락 등 위험 소지로 제조사가 수리를 거절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보증기간이 남아 제품은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먼저 실외기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AS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고층 건물일 경우 가전업체들은 일명 '스카이 차'를 불러 작업하는데 구조상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장소에 설치된 실외기들은 AS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위니아 등 대부분 가전제조사들은 가능한한 AS를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지만 작업자의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여)씨도 3년 전 구입한 A가전업체의 에어컨 실외기가 고장나 AS를 받으려다 낭패를 봤다. 가전업체 담당자는 “실외기가 설치된 곳이 3층 이상이고 추락 방지가 불가능한 위험한 현장이라 진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A가전업체는 박 씨에게 사설업체를 불러 실외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기사가 수리하면 사설업체가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AS를 받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사설업체를 부를 경우 발생하는 수십만 원의 비용은 박 씨의 몫이었다.
AS를 미룰 수 없었던 박 씨는 결국 사설업체를 불러 실외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A가전업체의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처음 실외기 이전 업체를 알아봤을 때 가장 저렴한 곳이 90만 원이었는데 아는 사람을 통해 50만 원까지 비용을 줄인 것”이라며 "무상 AS 기간이 남아 수리비는 무료인데 수리를 받으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가전업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을 경우 작업 자체가 불법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1명 이상이 사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 사고에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 급성중독 등으로 1년 이내에 3명 이상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A가전업체 관계자는 “AS기간이 남아 있어 스카이 차량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업체들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없는 좁고 위험한 환경이라 비슷하게 안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가전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부터 AS기사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자사 부담으로 스카이 차량을 불러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면서도 “스카이 차량이 작업할 수 없는 공간이라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C가전업체 측은 “위험하거나 작업공간이 협소할 경우 스카이 차량을 불러 작업하는데 비용이 청구된다”며 “스카이 차량을 부를 수 없을 경우 다른 장비를 이용해 작업하도록 돼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