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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인터넷 '독점계약' 막으니 이번에는 ‘단체계약’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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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인터넷 '독점계약' 막으니 이번에는 ‘단체계약’ 사각지대
해지 시 소비자가 위약금 일부 부담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4.07.19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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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에 사는 신 모(여)씨는 이사하면서 기존에 사용 중이던 A통신사의 인터넷을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이사가는 건물의 집주인으로부터 B통신사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들어 A통신사에 위면해지를 요구했으나 이전설치가 가능해 위약금 감면을 해줄 수 없다며 35만 원을 청구했다. 신 씨는 "위약금을 따지다 이사한 곳이 위면해지가 되는 인터넷 '독점계약' 건물이 아닌 '단체계약'인 걸 알게 됐다"며 "건물주도 모르는 사항인데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한 건물에 특정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 독점을 제한하는 법령이 이달 말 시행을 앞둔 가운데 '독점계약'에 대한 정의를 두고 통신사마다 해석이 달라 혼선이 일고 있다.

독점계약은 한 건물 전체를 특정 통신사가 계약하는 것을 의미하고, 단체계약은 다수의 사람과 특정 통신사가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독점계약은 건물 전체와 계약을 맺는 것에 비해 단체계약은 건물 전체가 아니어도 계약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31일부터 종합 건물에 새로운 인터넷 독점계약은 불가능해진다. 점유자에게 특정 전기 통신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법령이다.

쟁점은 두 계약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사들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주요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독점계약'과 '단체계약'을 다른 성격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세부 사항이 달라 다른 계약으로 보고 있다는 것. 방통위와 KT는 두 계약을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다른 해석이 나오다 보니 일각에서는 '독점계약'이 아닌 '단체계약'으로 소비자들은 여전히 특정 통신사 서비스만 이용해야 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심지어 소비자의 해지 위약금 부담이 전혀 없는 '독점계약'과는 다르게 '단체계약'은 소비자가 해지 위약금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위쪽부터)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인터넷 이용약관 중 위면해지 사항
▲(위쪽부터)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인터넷 이용약관 중 위면해지 사항

다수 통신사는 이용약관에 ‘인터넷 독점 계약 건물인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고 표기하고 있다.

방통위와 통신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인터넷 독점계약 건물 입주로 기존 통신사를 해지할 때 이전 통신사와 신규 통신사가 소비자의 해지 위약금을 절반씩 부담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7월31일부터는 신규 독점계약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시행,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도록 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단체계약'은 위면해지 조건에 들어가지 않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는 본질적으로 다른 계약으로 보고 있어 약관 적용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도 독점계약과 단체계약의 차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단체계약 건물은 다른 통신사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위면해지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단체계약 문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면 소비자가 위약금을 100%로 물어 내거나 통신사 이용 약관 속 ‘이전설치를 요청했으나 건물주 반대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할 경우’로 들어가 위약금 50%를 내야 한다.

단체계약은 원칙적으로는 다른 통신사의 인터넷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단체계약의 주체는 대부분 임대인인 건물주나 집주인이다. 임차인 입장으로서는 이에 항의하거나 강하게 거부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측은 “실무적으로는 비슷하게 취급된다. 하지만 이용약관에 적용되는 방식이 다르다. 아직 단체계약에 관한 조항은 정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은 단체계약으로 인해 기존 인터넷을 해지할 경우 소비자의 위약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약금 50%만 부담하는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전 설치를 요구했으나 건물주 반대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경우’를 들어 위약금 50%를 감면해 주고 있다.

다만 KT는 독점계약과 단체계약을 구별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두 계약을 별도로 보지 않는다. 단체계약도 독점계약과 동일하게 취급해서 약관을 적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입장은 다르다. 방통위 측은 “독점계약과 단체계약의 차이는 그저 말장난”이라며 “두 가지 모두 똑같은 내용이라 단체계약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독점계약과는 달리 단체계약으로 인터넷 해지를 할 경우에는 소비자의 위약금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을 뺏는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아직 단체계약에 대한 정확한 조항이 없어 소비자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서류상으로는 독점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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