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서울 강서구에 사는 조 모(남)씨는 쿠팡에서 아기 기저귀를 자주 구매해왔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와우멤버십에 가입했지만 일반 회원인 아내의 계정으로 같은 제품을 검색해 본 결과 더 낮은 가격이 표기돼 있었다. 조 씨는 “유료 멤버십 회원이면 할인을 받을 줄알았는데 더 비싸게 팔고 있었다”며 “소비 패턴이나 구매 이력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3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마켓컬리 멤버십 가입후 상품 가격이 변동됐다며 의아해했다. 잼 가격이 2만7780원이라 장바구니에 넣어둔 후 멤버십에 가입하고 구매하려고 보니 3만4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가격은 공급처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정 씨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이것저것 따져 멤버십을 가입했는데 회원에게 가격을 올려 파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같은 제품을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과 ‘초개인화 가격’ 전략이 확산되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구매 이력이나 검색 패턴, 장바구니 상태, 거주 지역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다 보니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왜 나만 더 비싸게 샀지?”라는 반응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특히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품의 가격이 며칠 새 오르내리거나 같은 제품을 지인보다 비싸게 구매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소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이나믹 프라이싱’과 ‘초개인화 가격’ 전략에서 비롯된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실시간 수요와 공급, 재고 현황, 경쟁사 가격, 고객의 구매 가능성, 지역 물류센터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초개인화 가격’은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클릭 패턴, 앱 체류 시간, 장바구니 상태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가격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항공권, 호텔 등에서 익숙했던 이러한 가격 전략은 최근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필품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상품 판매 구조상 이같은 가격 정책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아이템 위너’라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 응대와 가격, 배송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고 판매자가 자동 가격 조정을 설정하면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경된다.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옥션은 가격 비교 대상 카테고리 내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에 진입하면 동일 상품 중 최저가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또한 동의하는 입점 업체에 한해 쿠폰을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는 온라인 플랫폼 최저가와 자사 플랫폼의 가격비교를 통해 판매자가 설정해 놓은 범위 내 최저 가격을 노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A사와 B사가 있고 A사에서 가격 범위를 80만~100만 원 사이로 설정했다면 B사가 90만 원으로 책정할 경우 A사의 판매가는 자동으로 89만 원으로 조정된다. 이후 B사가 85만 원으로 가격을 내리면 A사 가격은 84만 원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가격 결정권은 판매자에게 있고 다이나믹 프라이싱으로 최저가 설정 경쟁이 촉발되면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며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도 고객 유입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신선식품 비중이 높다는 특성 때문에 지역별로 할인율이 달리 적용되기도 한다. 소비기한에 따라 물류센터별 제품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활용한 가격 책정 시스템은 시간, 지역, 고객의 구매 패턴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구조로 자주 구매하는 충성 고객이 오히려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돼 더 높은 가격을 적용받는 반면 이탈 가능성이 큰 고객에게는 할인 혜택이 집중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 물류센터 재고 상황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지역 물류센터에 해당 제품의 재고가 적고 소진이 시급한 경우에는 할인 가격이 적용되기도 하며 반대로 재고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유지되거나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소비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상품이라도 다른 가격으로 노출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고물가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누구는 저렴하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산다”라는 상대적 박탈감은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는 소비자마다 가격이 다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고객 유인을 위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특정 물류센터에 재고가 적거나 빨리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면 더 싸게 판매되기도 한다”며 “같은 상품이라도 물류센터에 따라 입고 시점이 달라 가격이 다를 수 있고 쿠폰 역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타깃형 프로모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카테고리나 할인율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유통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날그날 물류센터 잔여 수량에 따라 빠르게 판매가 필요한 경우라면 폐기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게라도 파는 것이 소비자나 회사 모두에게 이득인 구조”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도 가격이 다르게 노출되는 경우에 대해선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을 많이 한 고객은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격에 차이를 두는 전략이 현행 법에 저촉되지는 않으며 기업마다 물류비, 재고 상황, 마케팅 전략 등 비용적인 요소를 고려해 각자의 가격 책정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상품임에도 가격이 달라 보일 경우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기업이 가격 책정 기준이나 운영 방식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마다 가격이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법에 저촉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은 충분히 들 수는 있다”며 “각자에게 보여지는 가격에 대한 기준과 설명이 제시된다면 다이나믹 프라이싱 전략도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