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으로 가전 AS를 접수하거나 OTT 서비스 해지 시 적게는 4단계에서 많게는 8단계까지 거쳐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문의도 '카테고리 선택→자가진단→개인정보 입력' 등 다단계 절차를 밟아야 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였다. 기업들이 소비자 편의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디지털 고객센터지만 결국 원하는 답변에 도달하기까지 이용자 불편만 배가되는 셈이다.
15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가전업체, 유통업체, OTT, 게임업체, 교육업체, 항공사, 택배사, 통신사 등을 조사한 결과 업종 특성상 가전업체의 절차가 가장 복잡 다단했다. 기사 출장이나 상담원 연결 전 자가진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다보니 벌어진 결과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 코웨이, 쿠쿠전자, 청호나이스, SK매직 등 챗봇과 콜센터에 직접 AS 접수를 시도했을 때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4단계 이상을 거쳐야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였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챗봇을 통해 AS 접수시 품목의 증상을 입력하는 등 자가진단을 거친 뒤에야 출장 서비스 예약이나 상담원 예약, 연결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수로 지나야 하는 과정이지만 자가점검 수준에 지나지 않아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챗봇을 통해 에어컨 AS 출장 서비스를 예약하려면 약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채팅창에 ‘에어컨 소음’을 입력하면 “에어컨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말씀이신가요?”라는 확인 문구가 나온다. 이어 구체적인 증상을 선택하라는 안내와 함께 ▲실외기 소음이 큰 경우 ▲진동·떨림 소음 발생 등 여러 항목이 제시된다. 증상 항목을 고르면 ▲홈멀티 에어컨 ▲스탠드 에어컨 등 상세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그다음 예상 원인을 알려준 '다른 정보가 필요해요' 버튼을 클릭하면 출장서비스 예약으로 넘어간다.
출장 서비스 예약시 모델명(혹은 사진), 구입시기, 건물유형/실외기 위치, 이름, 전화번호, 전화번호 재확인, 방문지 주소, 예약가능일 조회, 개인정보 수집/동의등 수개의 정보를 입력하면 예약이 신청된다.
챗봇에서 바로 상담원 연결은 불가하다. 채팅창에 상담원 연결을 입력했으나 '증상을 입력해 주시면 해결 가능한 방법을 먼저 안내해 드리겠다. 확인 후에도 조치가 안되는 경우 채팅상담사와 연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으면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LG전자도 비슷한 절차를 거치되 콜센터에서 고장 문의부터 AS 출장 접수까지 약 8단계를 지나야 했다.
LG전자 고객센터에 전화하자 ① 음성ARS와 누르는ARS 중 음성을 선택하면 ② AI상담사가 △구매 △구독 △이전설치 △제품 카테고리 중 선택하라고하고 ③ 세부 품목으로 '에어컨'을 선택한다 ④2in1 에어컨으로 세부 종류를 정한 뒤 ⑤ 문제 증상을 문의한다. ⑥ 자세한 자가진단 방법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며 해결 안될 경우 ⑦ 함께 기재된 출장 접수 버튼이나 상담사 연락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⑧ 출장접수를 위해서는 로그인도 필요하다.
욕실브랜드인 아메리칸 스탠다드도 AS 접수 시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변기 고장 출장 서비스 접수 시 △브랜드 선택 △구입 날짜 △신청자 정보(신청자명, 연락처(인증번호 확인), AS 받을 주소) 입력 △예약 희망일 선택 등을 입력해야 한다. 필수는 아니나 △상세 증상과 △증상 사진도 첨부하도록 권하고 있다.

OTT 업체인 티빙도 문의 해결까지 최소 4단계를 거쳐야 했다.
대표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채팅 상담 바로가기 링크'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송한다. 카카오톡 챗봇에서 ①주요 문의 항목 중 '해지/환불' 선택 후 ②제시된 세부 버튼 중 ③'티빙 결제 환불'을 고르면 ④상담사 연결, 게시판 문의하기 중 선택할 수 있다. 상담사 연결을 고를 경우 '상담사를 연결해 드리겠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 문구를 보낸 이후 '현재 문의량이 많아 상담사 연결이 지연되고 있다. 더 빠른 해결을 위해 챗봇을 이용하거나 1:1 게시판에 문의를 남기면 순차 답변하겠다'는 멘트가 나온다.
⑤이후 '원활한 상담 진행을 위해 고객 정보를 입력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회원 ID,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을 입력할 수 있는 링크가 전송된다. ⑥해당 링크에 정보를 입력하면 상담이 시작되고 해지/환불을 문의할 수 있다.
티빙 측은 "초반 젊은 층 위주의 OTT 이용자 타깃과 디지털 추세에 맞춰 1:1 상담과 챗봇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자 저변이 확대되고 이용자 편의를 보다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전화상담 콜센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고객 편의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 해결까지 고객들은 긴 시간동안 많은 단계와 정보를 입력하는 구조여서 되레 고객 불편센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