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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김기범-한투증권 유상호, 구조조정 '무풍지대' 선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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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김기범-한투증권 유상호, 구조조정 '무풍지대' 선언...왜?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4.06.02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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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불황 속에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만은 구조조정 태풍에서 벗어나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투증권 유상호 사장(오른쪽 사진)과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은 증권가에 불어닥친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조조정 무풍지대'를 선언하며 부진 탈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불황 속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2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대 증권사의 총 직원수는 지난해 3월 말 1만4천822명에서 올해 3월 말 1만3천808명으로 6.8% 감소했다. 5개 증권사에서만 1년새 1천 명이 넘는 인원을 줄인 것이다.


업황침체로 인해 주요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1년간 직원수가 3천416명에서 2천731명으로 20% 넘게 줄었다. NH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된 우리투자증권도 직원수가 3천137명에서 2천923명으로 6.8%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한투증권과 대우증권은 직원 숫자에 큰 변화가 없다. 대우증권은 1년 동안 직원이 고작 11명 감소했다. 비율로는 0.4%에 불과한 숫자다. 한국투자증권도 3.2%인 84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이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두 회사 CEO의 역발상에서 비롯됐지만 속사정은 사실 다르다.


한투증권은 수익구조가 탄탄해 구조조정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인데 비해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에 인수된 뒤 일찌감치 구조조정이 이뤄진 편이다. 다만, 유상호 사장과 김기범 사장 모두 최근의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원보다는 효율성 제고가 우선이라는 점에서는 생각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인력 조정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유 사장의 소신이다.


한투증권은 기존 위탁수수료 수익에 의존해오던 증권회사의 수익구조를 ‘IB(투자은행)-AM(자산관리)’ 모델을 기반으로 한 '프리-베이스드(Fee-Based)'모델로 개편해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가장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투자은행업무(IB)와 자산관리(AM), 브로커리지(BK) 등 금융투자업 전반에 있어 업계에서도 두곽을 보이고 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세계 경기 둔화 및 동양사태 등에 따른 ECM·DCM 시장의 침체에도 유티아이, 쿠쿠전자 등의 상장을 주관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으며, 회사 인수 및 주선은 물론 부동산 금융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파생상품 부문 또한 ELS·DLS·ELW의 상품 차별화 전략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IB 부문에서도 고르게 최상위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원보다는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에 경영전략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1년간 직원수가 80여 명 감소한 것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때문이 아니라, 연봉제가 아닌 호봉제로 고용된 전문인력이 자연스레 퇴직하면서 발생했다고 한다. 

한투증권은 구조조정 없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억 원)보다 131% 가까이 증가했다. 순이익도 올해 449억 원으로 지난해(286억 원)보다 57%나 늘어났다.


유 상호 사장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8년째 CEO자리를 지키면서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대우증권의 경우 지난 2009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후 120개가 넘던 지점을 100개 수준으로 줄이면서 강도 높은 군살빼기가 진행됐지만 2012년 7월 김기범 사장이 취임하면서 구조조정의 강도와 속도가 크게 완화됐다. 상시적인 다운사이징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직과 인력을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효율성 제고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점포 규모도 기능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등 상시적으로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하고 있지만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을 통한 비용절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우증권은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직원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해 감원 한파를 피해 가자는 회사와 직원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기범 사장이 효율성 제고에 공을 들인 덕분에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에 6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억6천만 원에 비해 94%나 증가한 금액이다. 순이익도 72억 원에서 461억 원으로 84% 가량 늘었다.

김기범 사장은 2012년 7월 취임 이후 조직을 단순하게 정비하면서 영업을 강조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CEO가 물갈이되는 아픔을 겪은 와중에도 김기범 사장이 자리를 지켜낸 것도 그 같은 경영전략이 통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감원을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두 CEO의 경영전략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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