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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회장님들 후계 어쩌나?...신세계·동원·교보, '상속법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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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한 회장님들 후계 어쩌나?...신세계·동원·교보, '상속법 리스크'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4.06.03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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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물려주도록 상속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총수가 재혼을 한 그룹의 후계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롯데와 영풍 등 일부 그룹 총수들이 재혼을 한 뒤에 후처나 그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전례가 있는데다 상속법 개정으로 현재 배우자의 입지가 크게 강화된 탓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곳은 오너가 재혼을 한 신세계그룹과 LG가(家)의 희성그룹, 동원그룹, 교보생명, 엔씨소프트 등이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신세계와 희성, 동원, 교보생명,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1분기말 이후 최근 1년새 오너일가의 지분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은 오너가 재혼을 한 이력이 있어 상속법 개정으로 자산승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우선 지난해 11월 재혼한 신창재(61) 교보생명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자산승계율은 0%여서 배우자가 절반의 몫을 챙기게 되면 후계구도가 신 회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짜여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은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지분 3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별한 고 정혜원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중하(34)씨와 차남 중현(32)씨를 뒀다. 그러나 이들은 교보생명 주식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교보생명 측은 신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중이며, 아직 자녀들이 젊다는 점을 들어 자산THDD이나 경영 승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2남2녀를 두고 있는 정용진(46)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자녀들에 대한 자산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1995년 톱스타배우 고현정(43)씨와 결혼해 장남 해찬(17)군과 장녀 해인(14)양을 뒀지만 2003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홀로 지내다 2011년 5월 플로리스트 한지희(34)씨와 재혼해 지난해 11월 1남1녀의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 7.32%를 보유해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7.3%)에 이어 2대 주주로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받은 상황이다. 동생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은 신세계 지분율이 2.52%에 불과하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아직 젊은데다 이명희(71) 회장의 지분도 다 상속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남매들 간의 교통정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혼한 그룹 오너들

 

 

재혼시기

전·현직

배우자

 

 

2013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40대 초반 여성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60대 여성

 

 

2011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지희씨

 

 

2009년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

윤보영씨

 

 

2007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

 

 

1998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차경숙씨


김택진(47) 엔씨소프트 사장도 아들이 4명이나 있지만 자산승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전부인 정모 씨와의 사이에 아들 2명을 낳았지만 2004년 이혼했다. 2007년 천재소녀로 알려진 윤송이(37) SK텔레콤 상무(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와 결혼해 아들 2명을 뒀다. 전부인과의 사이에 둔 자녀들은 이혼 직후 미국으로 건너갔고, 윤 부사장이 낳은  아이들은 5세와 7세에 불과하다.

구본능(65) 희성그룹 회장은 강영혜 여사를 사별한지 2년만인 1998년 차경숙(49)씨와 재혼했다. 구 회장의 아들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구광모(36) LG 부장이다. 차경숙 씨와 구 부장 나이차이가 13세에 불과한 상황에서 구본능 회장의 재산 절반이 차 씨에게 우선적으로 상속될 경우 희성그룹의 승계구도 역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현 연강재단 이사장)도 관심의 대상이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동문회에서 만난 여의사 윤보영(51) 씨와 재혼했다. 6년 전 사별한 엄명자 여사와의 사이에는 박태원(45) 두산건설 사장과 박형원(44)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박인원(41) 두산중공업 상무 등 삼형제를 뒀다.

박 전 회장과 윤보영 씨의 재혼 이후 박 씨 일가 중에 그룹 지주사인 (주)두산의 지분을 취득한 새 인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지난해 4월 60대 여성과 재혼한 김재철(79) 동원그룹 회장은 재혼이 후계도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처의 소생인 두 아들을 중심으로 승계작업이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남은 김남구(51) 한국투자금융그룹 부회장이고 차남은 김남정(41)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확실하게 계열분리와 경영승계가 이뤄졌다.

한편 법무부는 고령화 시대에 배우자의 노후 생활비용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를 막기 위해 배우자의 우선 상속분을 규정하고 나머지 재산을 다시 상속인끼리 나누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혼가정의 증여 및 상속 문제가 기업의 경영권 승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중견기업 영풍제지의 창업자인 이무진(80) 회장은 지난 2008년 노미정(현 영풍그룹 부회장)씨와 재혼했는데, 50대의 두 아들 대신 경영권을 부인에게 넘겼다. 노 부회장은 이 부회장보다 35세 연하다.

동아제약 강신호(87) 회장도 본처와의 오랜 별거 끝에 2006년 이혼한 이후 재혼했다. 이후 본처 소생인 강문석(53)씨 대신 후처의 아들인 강정석(50)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물려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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