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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약정'이라 안내하고 계약서엔 '36개월 약정' 걸어...해지하려면 위약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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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약정'이라 안내하고 계약서엔 '36개월 약정' 걸어...해지하려면 위약금 폭탄
구두 안내와 다른 설치기사, 상담사의 '몰래'계약서 성행
  • 최형주 기자 hjchoi@csnews.co.kr
  • 승인 2021.02.0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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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의 약정 계약을 악용한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약정 없이 이뤄진 계약이 3년 약정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요금제 변경이나 서비스 추가 시 슬그머니  약정을 늘리는 식의 편법 영업 사례가 부지기수다.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대리납부를 약속했다 계약 이후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 역시 여전하다.

잘못된 계약이란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중도해지를 하고 싶어도 위약금이 발목을 잡아 그조차도 쉽지 않다.

부산에 사는 황 모(여)씨는 지난 2017년부터 친정 어머니 명의로 A통신사의 IPTV를 무약정으로 이용하다 2018년 8월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추가 설치했다. 담당 기사는 월 요금이 2만 원대로 저렴해 사은품 지급이 없고 약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1년 후 타사 결합상품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위약금 31만 원을 청구받았다. 황 씨는 “계약서를 쓴 적도 설명을 들은 적도 없는데 설치 기사가 임의로 3년 약정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불완전판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최 모(남)씨는 B통신사의 인터넷과 IPTV 3대를 8만 원대 요금에 사용중이다. 얼마 전 C통신사 상담원으로부터 같은 서비스를 5만 원 대에 이용할 수 있다며 가입 권유을 받았다. 중도 해지 위약금은 걱정하지 말라며 상품권 37만 원 지급을 약속받고 통신사를 옮겼다.

뒤늦게 B사로부터 위약금 120만 원 청구를 받고 처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 씨는 “가입 시 지급된 37만 원으로 위약금을 내라고 하더라”며 기막혀 했다.

두 사례 모두 소비자는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지만 모두 구두상 안내와 약속으로 계약서 기재 등 증빙자료가 없어 업체 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수십, 수백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만 고스란히 남아 소비자의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 할인 반환금 개념의 위약금, 오래 쓸수록 금액 많아져

36개월로 약정계약 한 경우 30개월 사용자의 위약금이 20개월 사용자 보다 적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위약금의 부과 기준이 ‘할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3사의 500Mbps급 기가인터넷과 IPTV 베이직 서비스를 무약정으로 이용할 경우 매월 6만 원이 넘는 요금이 나온다. 여기서 '3년 약정'으로 약 30%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인터넷 IPTV 결합'으로 다시 각각 15% 정도 할인을 받아 3만 원 대의 요금이 되는 구조다.

36개월간 사용을 조건으로 할인을 받는 만큼 그 기간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해지 시 그동안 할인받은 금액이 위약금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위약금을 ‘할인반환금’이라고 부른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인터넷과 IPTV를 36개월 약정 계약 후 9개월 만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은 18만5130원 가량이다.

여기에 가입 시 지급받은 사은품 유무에 따라 위약금 규모는 달라진다. 다만 가입 후 1년이 경과되면 사은품에 관련한 위약금은 청구되지 않는다. 만약 36개월 약정으로 30만 원 정도의 사은품을 받고 9개월 만에 해지한다면 위약금은 18만5130원에 30만 원을 더해 48만 원 가량 치솟는다.

36개월 약정을 기준했을 때 19개월째부터 24개월까지 위약금이 최고 수준이다. 

◆ 이통 본사들 "대리점 교육 집중" 원론적 대답...구두 약속 효력 없음 기억해야 

오랜 시간 유지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신 요금의 약정 기간과 위약금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KT, LGU+,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서비스의 사용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도한 위약금이 청구됐다고 이의제기하는 소비자 불만이 지속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 통신 대리점 등은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해지하는 것보다 일시정지로 묶어뒀다 약정을 채우고 해지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안내하기도 하는데 일시정지의 경우 약정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위약금 역시 줄어들지 않는다.

통신사들은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대리점 교육 등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유통채널의 정상적 판매를 위한 교육과 체계를 현장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간혹 일부 판매점이나 대리점들이 서비스보다 실적에 집중할 경우 불완전 판매가 나오기도 한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징계와 완전판매를 위한 교육 등을 통해 개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박종호 과장은 “요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 제공과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데 구두 약정을 받는 경우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며 “약속받은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하고 포함시키도록 판매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업체들은 비대면 판매 시 소비자가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서면으로도 제공해 불완전판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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