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임한 사외이사가 버젓이 각종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고 공시를 한 것이다.
이달 10일 메트라이프생명이 발표한 ‘2020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이사회 구성 및 활동내역, 평가 항목 등 상당수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눈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3월 9일 메트라이프생명 사외이사에서 사임한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작년 한 해 누구보다 왕성한 사외이사 활동을 한 것으로 나와 있는 부분이다.
연차보고서에는 김은경 사외이사가 사임 이후에도 2020년 3월 11일과 4월 1일, 4월 22일, 7월 8일, 9월 30일, 12월 6일 등 6차례나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또 2020년 4월 22일과 12월 13일에는 교육연수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밖에 감사위원회(5회)와 위험관리위원회(7회), 보수위원회(2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3회) 회의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공시돼 있다.
지난 2019년 3월 31일에 임기가 끝난 김치중 사외이사 역시 지난해 2차례(2월 11일, 3월 11일) 이사회와 교육 연수(4월 22일, 12월 13일)에 참석한 것으로 기재됐다.
2020년 3월 31일에 임기가 만료된 김동훈 사외이사도 3월 이후 5차례 이사회와 각종 교육 연수, 이사회 내 위원회 활동 등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해당 연차보고서의 사외이사 활동․보수 등의 항목에서도 김치중, 김동훈, 김은경 사외이사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지난해 4월부터 재임 중인 한기정, 지홍민 사외이사에 대한 내용은 상당부분 누락돼 있다.
이처럼 황당한 오류가 발생한 이유는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해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전년도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작업하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게시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메트라이프생명의 전년도(2019년) 연차보고서와 지난해 내용을 비교해보니 오류가 발생한 항목에서 이사회 날짜 등 대부분의 내용이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라이프생명이 12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일부 내용에 오류가 포함된 부분에 대해 담당부서 또는 직원의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해당 문서의 중요성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금융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는 자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다.
하지만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전까지 해당 보고서를 수정하지 못할 경우 자칫 잘못된 내용의 연차보고서를 토대로 총회를 치룰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 확인해 본 결과 지적한 항목의 내용은 오류가 맞다”면서 “해당 내용은 즉각 수정해 새롭게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