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바늘만 들어가고 약은 안 나와" 마운자로 민원 봇물...불량 확인은 하세월, 환불은 산넘어산
상태바
"바늘만 들어가고 약은 안 나와" 마운자로 민원 봇물...불량 확인은 하세월, 환불은 산넘어산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6.08.11 0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투약 과정에서 주사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약물이 제대로 주입되지 않았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제품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해도 원인 확인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데다 대부분 사용자 부주의로 결론 나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5월부터 처방받은 마운자로를 사용했다. 처음 한 달치 4개 펜은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했으나 문제는 두 번째 달 처방분에서 발생했다.

펜으로 투약을 시도했지만 바늘만 들어간 채 약이 나오지 않아 1분이 지난 뒤 주사기를 떼어냈다. 뚜껑을 닫으려 갖다 대자 그제야 약이 분출되며 바늘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사용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주사기 하나를 꺼내 다시 투약했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바늘은 나왔으나 약이 나오지 않았다. 바늘을 살에 꽂은 채로 5분가량 지나도 변화가 없자 떼어냈고 뚜껑을 갖다 대자 약이 나왔다.

이 씨는 병원에 교품을 신청했다. 한국릴리 측 담당 직원이 본사로 가져가 확인 후 불량 여부를 우편으로 보내준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두달이 다 돼가는 8월 중순에 접어드는 데도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씨는 “같은 주사 방식을 쓰는 릴리의 당뇨 주사제 트루리시티를 몇 년간 맞았고 병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투약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 처방받은 제품은 문제가 없었는데 이것(두 번째 처방받은 마운자로)만 문제가 생겨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한 마운자로 사용 사진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한 마운자로 사용 사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이 씨와 같은 소비자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마운자로를 투약하려 했으나 ▶잠금 장치가 풀려 있어 약이 새어나왔다거나 ▶바늘이 휘어 제대로 투약하지 못했다는 등 내용이다. 일부 소비자는 한국릴리 측에 문제 제기해 제품 검사를 받았으나 '제품에는 이상 없다' '사용자 과실이다'라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개 주사기당 대략 10만 원에 달하다 보니 교환 받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낭패감은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릴리 측은 문제 제품을 회수해 분석한 후 실제 품질 결함이 확인되면 교환해 준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석 과정에서 미국 소재 본사가 이용하는 검사기관에 맡기기 때문에 한달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제품 불만이 접수되면 실제 기기 결함인지 사용·보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용 상황을 묻는다. 제품명과 용량, 제조번호를 비롯해 냉장고 보관 온도, 투약 전 베이스캡 제거 여부, 주사 버튼 작동 여부, 잠금링 상태, 펜 내부 공기방울 유무, 주사 과정에서 들린 클릭음, 피부에 펜을 밀착한 시간 등 11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다. 소비자가 당시 투약 과정을 토대로 답변하면 제품을 회수해 품질조사를 진행하고 교품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한국릴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작동 이상 유형을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 주사 전 뚜껑을 제거하기 전에 잠금링을 해제하고 버튼을 누르면 제품이 먼저 활성화돼 뚜껑을 열 때 약물이 분출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 주사 후 펜을 피부에서 제거한 뒤 뒤늦게 약물이 나오는 ‘지연분출’은 제품이 2℃ 이하에 노출되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상자에 보관한 채로 사용할 때까지 2도에서 8도 사이 온도로 냉장보관을 권장하고, 사용 전 용액이 얼지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모든 제품 관련 불만 사항을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 각 사례는 표준 품질 관리 절차를 통해 평가되고 있고 결과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자로 주사기기 관련 불만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등 이용자 커뮤니티와 소비자 민원 사이트에서도 기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뒤늦게 작동해 약물이 밖으로 분사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국내와 다른 점이면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를 우선 제공한 후 문제된 제품을 수거한 사례가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가 진료 중 마운자로 사용 과정에서 기기불량과 대응조치가 미흡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한국릴리는 지난 6월29일부터 지연분출 사례를 교품 대상에 포함하는 등 대응 기준을 넓혔다.

다만 소비자 개별 신고 과정에서는 여전히 조사 일정 지연과 사용자 과실 판정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개별 소비자 대상으로도 대응 절차와 사후관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