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삼성전자에서 구매한 세탁기의 사용법을 익히려고 포장 박스를 살펴보다 당황했다. 책자로된 사용설명서를 찾았지만 두어장 밖에 안되는 분량의 요약본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조작법 등 상세 내용은 QR코드를 확인해야 했다.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웠던 박 씨는 고객센터 문의해야 했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용설명서를 확인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박 씨는 세탁을 위해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박 씨는 “고령층은 온라인으로 설명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제품과 함께 최소한의 기능 설명이 담긴 종이 설명서를 기본으로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출시 제품에는 핵심 기능과 초기 세팅 방법을 담은 간편설명서를 동봉하고 상세본은 요청 시 제공한다"고 밝혔다.
냉장고, 세탁기 등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가전이지만 상세한 사용법이 적힌 설명서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부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주요 가전업체의 냉장고·세탁기·TV 등 가전제품 구매 시 사용설명서 제공 여부를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는 간편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TV만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생활가전 시장의 70~8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두 회사에서 대표 제품에 대해 간편사용설명서 정도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간편사용설명서에는 제품의 기본적인 사용법이나 주의사항 등이 요약된 형태로 안내된다. 세부적인 내용은 홈페이지나 QR코드 스캔을 통해 확인하도록 돼 있다.
삼성전자 간편사용설명서는 제품에 따라 2~4페이지 분량으로 이뤄져 있다. 내용 전체가 담긴 사용설명서는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간편사용설명서에 포함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삼성전자 고객지원 페이지로 연결되지만 해당 제품의 사용 설명서로 바로 연결되는 방식은 아니다. 소비자는 연결된 페이지에서 자신의 제품을 검색해 설명서를 찾아야 한다.
SK매직은 전 제품에 간편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고, 상세 내용은 QR코드 스캔을 통해 내용을 봐야 한다.
LG전자는 제품에 따라 설명서 제공 방식이 다르다. TV는 약 10페이지 분량의 간편사용설명서를 제공한다. 반면 냉장고·세탁기와 같은 제품에서는 약 50페이지의 일반적인 사용설명서를 함께 제공한다. 사용설명서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디지털 매뉴얼로 연결된다.

모든 가전 업체들이 간편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웨이와 쿠쿠전자, 세라젬 등은 상세한 내용이 담긴 종이 설명서를 제공한다. 코웨이 측은 "제품 구매 시 종이로 된 상세설명서와 함께 모바일 알림톡,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사용설명서는 QR코드 스캔으로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필요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계층 입장에서는 스마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QR코드를 인식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등 추가적인 절차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소비자기본법 제19조 제3항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물품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중요 정보들은 지급되는 간편사용설명서에 포함돼 있다”며 “추가적인 기능 설명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온라인 매뉴얼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이로 제공한 전체 사용설명서는 사용 빈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돼 현재는 축약해 제공하고 있다”며 “많은 양의 종이를 사용해야 하는 점도 친환경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어 간단한 설치·사용 안내를 중심으로 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만큼 고령층의 접근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젊은 소비자들은 QR코드나 디지털 매뉴얼을 편리하게 느낄 수 있지만 고령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별도의 안내 수단이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서영/정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