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경기도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2025년 도급순위 5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 A사에서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한 뒤 벽지 들뜸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씨는 입주한 해 9월 시공사 측에 안방 벽지가 아래부터 들떠 보수를 신청했다. 수 주가 지나도록 업체는 “기다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박 씨는 "재차 항의하자 업체서는 결국 '시공업자가 나가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더라"며 기막혀했다.
#사례2 충남에 사는 홍 모(남)씨는 중견 건설사 B업체가 시공한 아파트 입주 초기 욕실 벽에서 나는 큰 소음이 수년째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주 초기부터 욕실 벽에서 소음이 나 하자센터에 알렸지만 타일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소음이 나기 시작하고 3년여가 지난 뒤부터 욕조 주변 타일이 들뜨기 시작했다고. 홍 씨는 "타일이 아닌 벽체나 시공상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보는데 시간만 질질 끌다 이미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나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례3 경북에 사는 김 모(남)씨는 국내 대표 대형건설사인 C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지난 2024년 입주한 후 거실 바닥 꺼짐과 드레스룸 바닥 소음 문제로 AS를 접수했다. 담당자 현장 확인과 협력업체의 두 차례 견적을 거쳐 올해 7월 보수 일정까지 잡았지만 공사를 앞두고 자재 문제로 일정이 취소됐다. 김 씨는 "아직 새로운 수리 일정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이러다가 계속 지연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사례4 충남에 사는 명 모(여)씨는 도급순위 20위권 내 D건설사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며 유상옵션으로 국내 대표 가전 브랜드 에어컨을 선택했다. 문제는 입주 후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돼 AS를 요청했고 제조사에서 방문해 불량 판정을 내렸다. 명 씨는 "이후에도 수리나 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양측 모두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사례5 인천에 사는 민 모(여)씨는 지난 2022년 도급순위 10위 권 내의 대형 건설사 E업체에서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입주 시부터 벽 하단 도배지가 물에 젖었다 마른 듯하게 변색돼 있는 등 이상 부분이 발견돼 보수를 신청했다. 민 씨는 “입주 시점부터 시공사 측에 수차례 요청했는데 해결해주지 않더니 결국 이제는 하자보수기한이 지났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어이없어 했다.
#사례6 충남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역 중견 건설사F의 한 신축 아파트에 2024년 입주했다. 입주 당시 거실 바닥 타일이 깨져 있어 보수를 접수했으나 2년이 된 현재까지 수리를 받지 못했다. 박 씨는 “하자를 접수한 지 2년이다. 아직도 보수해주지 않는 건설사를 고발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 보수를 신청한 소비자들이 접수 이후에도 수 주에서 수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보수 지연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사가 하자를 접수하고 현장까지 확인했지만 협력업체 방문 일정이나 자재 확보가 늦어져 장기간 기다리거나 공사가 취소되는 등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신축 아파트 바닥, 도배 같은 마감, 벽면 크랙, 누수, 가전 옵션 등 하자에도 보수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이뤄지지 않아 불안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사전점검 때부터 보수를 신청했으나 입주하고 몇 개월, 1~2년이 지나도 고쳐주지 않는다는 사례가 대다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IPARK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계룡건설산업 ▲서희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대부분 건설사가 이같은 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하자 접수 이후 처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체는 담보책임기간 안에 하자보수 청구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하자를 보수하거나 하자 부위와 보수방법, 보수에 필요한 기간, 담당자 등을 담은 하자보수계획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에도 그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하자보수계획에 적는 보수기간은 자재·장비 또는 인력 수급이 곤란한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60일 이내로 해야 한다. 동일한 하자가 2세대 이상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세대별 보수 일정도 계획에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주택건설업에서 분양주택에 건축·설비상 하자가 발생한 경우 하자담보책임기간 이내에는 무상 수리·보수를 해결기준으로 두고 있다. 책임기간이 지난 뒤에는 유상 수리·보수를 기준으로 한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은 하자 유형에 따라 다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배와 타일, 가전제품 관련 하자의 담보책임기간은 2년이다.
유상옵션으로 설치한 가전도 제조사나 설치업체의 확인을 거쳐야 실제 수리·교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제품 이상이 확인됐더라도 관련 업체 간 처리 과정이 길어지면 소비자는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보수가 늦어지는 문제보다 더 복잡한 것은 하자인지 여부와 원인을 두고 소비자와 사업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다. 입주 초기 이상 증상을 신고했지만 당시 하자로 인정받지 못한 뒤 시간이 지나 문제가 커지면 어떤 유형의 하자인지, 처음 신고했던 증상과 현재 발생한 문제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는지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현대건설 측은 “하자보수는 현장마다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타일 하자담보책임기간은 2년이다. 기간 내 하자로 인정돼 처리 중인 건은 책임기간이 지나더라도 보수를 이어간다”며 “입주자와 시공사 간 하자 관련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제3자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하자로 판단될 경우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와 사업주체가 하자 여부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하자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사업주체가 위원회에서 하자로 판정된 사항을 보수하지 않을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분쟁이 반복되는 지점은 하자 접수 이후 실제 보수가 언제 끝날지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협력업체 일정이나 자재 수급에 따라 작업이 늦어질 수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이다. 법에서 보수계획과 보수기간을 안내하도록 규정한 만큼 일정이 변경될 경우에도 지연 사유와 후속 일정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자 여부를 놓고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초기 접수 내용도 중요해진다. 책임기간 안에 이상 증상을 신고했더라도 당시 하자로 인정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 이후 나타난 하자와 최초 증상 사이의 연관성과 실제 원인을 다시 따져야 한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별도의 하자심사나 분쟁조정 절차까지 거쳐야 해 해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하자 여부를 두고 입주민과 건설사 간 판단이 엇갈릴 경우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등 전문기관에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객관적인 판단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제기된 신축 공동주택 관련 피해구제 신청 709건 중 하자 피해에 대한 내용이 506건으로 71.4%를 차지했다. 하자 피해 중에서는 사업자가 하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입주 후 발생한 문제라며 책임을 부인하는 등 ‘하자보수 거부’가 217건(42.9%)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신축 공동주택 하자 분쟁과 관련해 시설별 하자담보책임기간을 확인하고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하자보수를 신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곽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