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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웬수'..입 틀어 막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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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웬수'..입 틀어 막을 수 밖에"
기업 게시판 폐쇄.안티 도메인 선점.."고약한 고객들 때문~"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09.11.24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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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기업들이 홈페이지 상담게시판을 폐쇄하고 자사 관련 안티 한글도메인을 선점하는 등 소비자들의 말문을 닫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편향적 여론몰이가 성행하고  일부 소비자들의 과격한 의견개진이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는 부작용이 일면서 부정적 여론 몰이의 창구가 되고 있는 게시판이나 안티 사이트들을 아예 막아버리고 있는 것.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을 필두로 이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을 없애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비공개 운영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마저도 아예 폐쇄해 부정적 여론은 한마디도 밖으로 노출이 안 되도록 막고 있다.

한때 기업들이 홍역을 치렀던 안티 도메인은 이미 해당 기업이 모두 선점해 버려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기업 안티 사이트는 물론 오너나 대표이사의 안티 도메인도 현재는 거의 해당기업 소유로 넘어가 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천봉쇄에 대한 비난도 만만찮다. 고객만족, 고객소통을 경영모토로 내세우면서도 공개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기업 안티사이트의 운영자는 “기업들이 부정적 의견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해 소통과 타협 보다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원천봉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부정적 의견을 ‘위협’이 아닌 ‘정보’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전한 의견 개진보다는 근거 없는 비난과 부정적 루머, 욕설이 난무하는 감정적인 대응이 많아 고객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게시판을 폐쇄했다"며 "법원에서도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은 카페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린 적도 있다"고 인터넷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건전하게 운영되는 사이트도 있지만 일부 안티 사이트의 경우 운영자들이 단편적인 불만을 가진 순진한 소비자들을 끌어 모아 이들의 불만을 사이버 공간에 과장 확산하면서 기업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많아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작동해 소비자와 기업 간 건전한 쌍방향 소통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 게시판∙안티사이트 폐쇄 줄이어

정수기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 김 모(여.35세)씨는 고객센터 상담전화가 도무지 연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당업체 홈페이지를 찾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고객게시판을 찾을 수 없었다. 1:1로 비밀글로 진행되는 상담코너에 글을 남겼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어떤 답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은 다른 소비자들의 상담 글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며 답답해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 다투어 게시판 기능을 없애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정보공유가 기업운영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 때문이다. 근거 없는 악평과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국내 30대 회사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운영 중인 게시판 중 22곳이 '이메일접수'나 '비공개'처리로 당사자와 운영자만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나머지 8개 업체는 게시판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과 관련된 안티도메인 또한 대부분 해당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안티삼성’ ‘안티삼성몰’ ‘안티삼성보험’ 등 안티도메인을 갖고 있으며 해당 도메인으로 검색했을 경우 연결주소를 미지정해 사이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SK그룹은 '안티에스케이', '안티SK주식회사', 롯데는 '안티롯데리아', '안티롯데'를 보유했다. 신세계 역시 일찍이 '안티신세계', '안티신세계아울렛'등을 선점했다. 계열사뿐 아니라 전ㆍ현직 그룹 회장의 한글인터넷주소까지 꼼꼼하게 챙겨 안티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회사 이름뿐 아니라 대표 브랜드에 대해서도 '안티(ANTI)는 물론 노(NO), 스탑(STOP), NG, 아웃(OUT) 도메인까지 꼼꼼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업 당 적게는 2~3개 많게는 수십 개의 안티 도메인 주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활동하는 통신업체 안티사이트였던 ‘안티 SK텔레콤’(sktelecom.org)마저 지난 2008년 1월부터 해당기업이 도메인 분쟁 조정신청을 제기해 활동이 끊어진 상태다.

◆ 안티블로그∙ 까페는 '입막음'방어?

공개적인 사이트 등을 만들 수없는 소비자들은 최근 공동주제에 맞는 카페나 블로그 등 소규모 움직임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MBC 불만제로에서 방영돼 소비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난  드럼세탁기나 정수기, 주유소, 자동차 등에 대한 소규모 안티 카페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손은 이 같은 소모임에까지 미치고 있다. 안티카페 가입 회원이나 목소리 큰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보상이나 리콜서비스 등이 행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안티 성격의 카페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난 뒤 '러브 카페'로 바뀌는 해프닝도 자주 일고 있다.

서울 상암동의 하 모(남.29세)씨는 평소 IT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안티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나누고 있다.

하 씨는 “1년여 전에도 구입한 차량의 반복적인 엔진이상으로 인해 카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리콜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며 “카페 폐쇄를 조건으로 진행된 보상이었던 것으로 안다. 몇몇 사람의 입만 막으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발상에서 나온 졸렬한 생각"이라며 비난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기업 대응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기업의 인터넷 소통에 대한 이슈를 다룬 삼성경제연구소 신형원 수석연구원은 "'개방과 참여'로 대표되는 웹 2.0시대에는 '숨기고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개적이면서 솔직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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