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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에 결초보은 못할 망정..." 롯데,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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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에 결초보은 못할 망정..." 롯데, '좌불안석'
'제2롯데월드' 혜택 받고 중소상인 죽이기로 청와대 '눈총'
  • 정기수 기자 guyer73@csnews.co.kr
  • 승인 2010.07.3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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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그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룹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 받으며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승승장구하는가 싶더니, SSM(Supet supermarket 기업형 수퍼마켓) 문제로 청와대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대기업에 편중된 정책기조를 돌려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있다. 6.2지방선거 이후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친서민·친중소기업 정책 기조를 강조하며 대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대기업 횡포로 도마에 오른 게 골목상권을 싹쓸이해 영세상인들의 씨를 말린다는 SSM문제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골목까지 SSM이 들어서는 문제 때문에 곤혹스럽다’는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상인들과의 분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대형 유통업체들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 SSM 열풍을 지핀 곳이 바로 롯데라는 점이다.

신세계, 홈플러스, GS 등이 SSM사업을 하고 있지만 롯데슈퍼가 전국 234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 동네 상권보다는 아파트 미입주 지역이나 신도시 등 기존 상권이 채 형성되지 않은 곳 위주로 미리 자리를 잡는 교묘한 출점 전략으로 신규출점에서도 경쟁업체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다.

대형마트 부문에서 이마트에 밀려 있는 롯데로서는 SSM사업이 유통부문의 활로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신동빈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로 인해 졸지에 시류에 역행하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짚어 쓰게 될 형편이다.

"제2롯데월드까지는 좋았는데..."

롯데의 고민은 SSM 문제로 인해 현 정부와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 방침에 협조하자니 이미 벌여놓은 SSM사업이 너무 방대하고, 모른 척 밀고 나가자기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현 정부가 내세우던 기업친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청와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짐이 됐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동안 롯데그룹은 군사용 활주로의 위치를 바꾸면서까지 제 2롯데월드 신축허가를 받아낸 뒤로 특혜 논란에 시달려왔다.

실제 국방부의 반대와 안전성 논란으로 10여년간 지지부진하던 인허가 과정이 새정부 출범이후 급물살을 타더니, 지난 6월 22일 서울시 건축위원회가 건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롯데는 신격호 회장이 23년간 고대하던 숙원사업의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현 정부와 밀월관계를 의심받던 롯데가 최근 SSM문제로 질책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재계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로 정부의 은혜를 입고 SSM으로 발목을 잡은 격'이라는 촌평까지 나오고 있다. 


SSM은 뿌리깊은 갈등의 원천 

2000년대 들어서 대형마트 시장이 한계에 봉착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 사이의 틈새시장인 SSM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업형 슈퍼마켓과 중소 상인들의 갈등이 시작됐다.

지금까지도 대기업의 SSM 골목상권 진출은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고 있지만, 롯데슈퍼는 가맹점 추진 형식으로 은근슬쩍 대기업 슈퍼마켓(SSM)을 개점해 왔다.

가맹점형 SSM은 지역 유통의 흐름에 밝은 점주가 대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직영점과 가맹점 간 제품 가격이나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이 둘을 구별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가맹점형 SSM은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직영점과 확연히 구분된다. 또 언제라도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때문에 가맹점형 SSM 진출은 사업조정을 피해가기 위한 기업체의 편법 개점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롯데슈퍼는 경쟁사들이 기존 동네 상권 출점을 고집한 반면 아파트 미입주 지역이나 신도시 등 기존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곳 위주로 출점 전략을 바꾸며 신규출점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점포를 늘려왔다.

홈플러스그룹 삼성테스코도 SSM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단숨에 SSM업계 1위로 등극하기 위해 추진했던 이랜드그룹 킴스클럽마트의 인수 시도는 가격조건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 규제와 중소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떠들썩하게 추진했던 SSM 관련 법안이 일 년이 넘도록 미적거리고 있어 대기업들의 SSM 진출은 차츰 확대되는 형국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국에 문을 연 SSM은 2005년 267개에서 2006년 292개, 2007년 354개, 2008년 477개, 2009년 695개, 그리고 올해 6월 말까지 793개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자연히 SSM을 대상으로 한 사업조정신청 건수도 증가, 작년 7월 이후 이날 현재 178건에 이른다.

지난 5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측은 SSM 입점 저지 운동을 벌여온 인천 지역 상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한 바 있으며, 6월에는 광주지역 중소상인들이 대기업의 롯데쇼핑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SSM을 골목상권에 진출시키려는 대기업과 지역 상인들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정부 ‘서민 프렌들리’로 정책 기조 전환..SSM에 날 세워

“대기업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정부가 직접 돕는 것이 아니라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7월12일 제8차 녹색성장보고대회 준비회의)

정부가 6.2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강조한 친서민·친중소기업 정책이 이젠 대기업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함께 역할론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를 ‘친서민’으로 맞추면서 연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거론한 데 이어 정운찬 국무총리도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방문해 여론을 경청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참모진들은 대기업의 SSM(기업형수퍼마켓) 확대를 비롯 중소기업 영역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한 언론매체를 통해 청와대 경제파트 관계자는 “골목길에까지 SSM이 들어가 동네 수퍼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일 같은 것이 대표적으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라며 “관련 규제법을 만들고 있지만 이런 건 대기업 스스로 피해줘야 하는 영역인데도 서민들 반발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작년부터 SSM업계가 상생 방안으로 내놓은 가맹점 방식이나 상권을 벗어나 출점하는 것도 사업조정을 피해가기 위한 기업체의 편법 개점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서민 프렌들리’로,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돌아서 SSM업계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우왕좌왕 하는 분위기다.

SSM ‘매출 1조원 시대’ 연 롯데..정부 견제로 된서리 맞나

2001년 SSM 사업에 뛰어든 롯데는 신동빈 부회장이 SSM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롯데슈퍼에 사업역량을 강화할 것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SSM사업에 열의를 쏟아왔다.

게다가 저돌적인 경영스타일의 소진세 대표가 롯데슈퍼에 취임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거듭했다.

호남권 ‘빅마트’, 영남권 ‘나이스마트’ 등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지난 해 GS슈퍼를 제치며 1조500억원대 매출을 올려 SSM사업 9년 만에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롯데는 슈퍼마켓 부문에서 지난해 공격적인 신규 출점으로 GS수퍼마켓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연말까지 260개까지 점포수를 늘려 2,3위와의 격차를 벌릴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SSM 사업이 최근 강력한 정부의 ‘친중소기업’ 정책 변화에 부딪쳐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그동안 SSM에 대한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며 국내 1위에 올라 선 롯데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정부 규제와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들이 SSM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SSM의 매출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포화상태에서 별다른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SSM의 시장규모는 매년 20%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인허가로 한창 들떠 있다가 이번 정부의 SSM에 대한 기업책임론이 불거지면서 SSM업계 1위인 롯데는 지금 된서리를 맞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정부의 강력한 친중소기업 정책 드라이브와 함께 현재 국회에는 SSM의 개설과 운영을 규제하는 법안 2개가 현재 상정돼 있는 상태다. 

10여 년간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일궈놓은 SSM 왕좌 자리를 선뜻 포기할 수 있을지 롯데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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