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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원장, 술집에 경조사비?…업무추진비 엉터리 공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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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원장, 술집에 경조사비?…업무추진비 엉터리 공시 논란
공기업 불투명 공시 ‘도마위’
  • 이경주 기자 yesmankj@csnews.co.kr
  • 승인 2013.03.1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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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과거 기관장이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유흥주점에 쓴 업무추진비를 모두 경조사비나 간담회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업무추진비에 대한 허술한 감시체계가 도마에 올랐지만 관계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상세한 내역을 공개토록 하면 공기업의 영업기밀이 드러날 수 있다며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KDI는 현 후보자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쓴 6천3백51만9천 원의 업무추진비 내역 495건을 전부 유관기관 경조사비와 정책협의간담회 비용 등으로만 공시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이 현 후보자가 KDI 원장으로 재직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업무추진비로 유흥업소와 고급음식점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현 후보자는 지난 2010년 10월 29일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클린카드로 59만 원을 결제했으며, 같은 해 11월 29일에도 이 업소에서 37만 원을 결제했다.


또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고급음식점에서 50만원 이상을 결제한 내역이 15차례나 됐다. 특급호텔에서 몇 차례 100원 상당을 결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KDI는 같은 기간 현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유관기관 경조사비’와 ‘정책협의 간담회’로 일괄 표시했다. 지출 내역을 뭉뚱그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덮어버린 셈이다.


이는 KDI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력공사나 코바코 등 주요 공기업들도 이처럼 불투명 공시를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전력공사는 2011년에 전임 김쌍수, 김중겸 사장이 쓴 업무추진비 2천7백만원을 ‘회의 및 행사’ ‘업무협의 및 간담회’ ‘직원 사기진작’ 등 3개 항목에 썼다고 달마다 내용도 바꾸지 않고 공시했다.


코바코는 이원창 코바코사장이 지난해 쓴 1천7백만원을 모두 ‘업무추진 제비용’으로만 표시했다.


지출된 금액만 밝히고 내역은 사실상 전혀 알 수 없는 있으나마나한 공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 후보자의 사례처럼 특별히 조사를 하지 않는 한 부적절한 곳이나 사적인 용도에 썼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이에 대해 KDI는 불성실 공시를 인정하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KDI관계자는 “현 후보자가 주점이나 고급음식점 등에 쓴 내역을 경조사비나 간담회 등으로 단순 표시한 것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투명한 공시를 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정보공개 수위를 관장하고 있는 당국은 공기업들의 영업기밀이 셀 수 있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제도기획과 관계자는 “공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기관장이 만나는 사람을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경쟁사에 영업기밀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고 감독기관이나 언론이 검증을 하고 부정사례가 있을 경우에만 공개 지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푼 돈 수준의 내역을 일일이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것도 행정상 큰 낭비”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감시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수백여개의 공공기관에 일일이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현 후보자도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며 주목받지 않았다면 비위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공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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