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계양구에 사는 장 모(여)씨는 로보락 로봇청소기에서 누수가 발생해 원목 마룻바닥이 까맣게 훼손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비스센터에 항의했으나 두 달 넘도록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로보락 서비스센터는 본사 직영센터가 없어 국내 총판이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센터 측은 ‘본사로부터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답만 반복할 뿐이라고. 장 씨는 “곧 이사갈 예정이라 집주인이 바닥 수리를 빨리 해달라 요구하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결을 촉구했다.
#. 경남 양산시에 사는 권 모(남)씨는 아이리버 로봇청소기가 신발장 등 고장 위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거나 선풍기 같은 생활가전에 계속 부딪치는 일이 반복되자 오류가 있다 생각해 제조사 측에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제조사는 ‘수리가 불가한 사유’라면서 AS를 거부했다. 권 씨는 “로봇청소기 시스템에 저장된 집 안 맵(지도)이 계속 사라져서 이동 동선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원활한 제품 사용이 어렵고 무상 AS기간도 남았는데 제조사는 수리가 불가하단 말 뿐”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 서울 광산구에 거주하는 유 모(여)씨는 드리미 로봇청소기를 이용하던 중 스테이션 하부에 물이 계속 고여 마루도 손상될 수 있겠단 우려에 AS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 측은 '제품 사용 과정에서 물은 생길 수 있다'면서 '아래에 수건 등을 깔고 사용하라'고 안내했다. 유 씨는 "물이 고이는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은데 업체 측 대응이 이해되질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로봇청소기가 청소 중 가구를 훼손하거나 누수로 장판을 손상시키는 등 피해를 유발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드문 경우이며 제품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발생 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보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청소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다 보니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기 어렵고, 사용자와 제품 중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 지를 두고도 갈등이 빈번하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로봇청소기 관련 소비자 불만은 수백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올해 로봇청소기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참전하며 제품 수요가 급증한 여파로 분석된다.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브랜드는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로보락과 드리미, 나르왈 등 중국 업체들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쿠쿠, 아이리버 등 국내 업체들도 다수 거론됐다. 또 로봇청소기 시장은 진입 벽이 높지 않아 국내외 군소업체들의 제품도 불만이 여럿 제기됐다.
주로 제기되는 불만 내용은 ▲AS 지연 ▲성능에 관한 지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다가 가구나 생활용품 등이 훼손됐다는 내용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의자나 테이블 다리를 피해가지 못해 스크레치를 남기거나 카페트를 일반 바닥으로 인식해 잘못 흡입하면서 훼손됐다는 내용 등이다.
물걸레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는 누수가 발생해 마룻바닥 손상 등 피해도 적지 않았다. 로봇청소기 누수는 주로 먼지통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소기 성능 저하, 장비 손상, 전기 감전 등 문제도 함께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주로 제품 사용 빈도가 높은 외출 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청소를 중지시킬 수 없었다고 소비자들은 토로한다.
로봇청소기는 일반 유·무선 청소기와 달리 제품에 탑재된 센서와 자동 급·배수 시스템을 이용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청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청소 과정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이용자 과실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로봇청소기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제품의 청소 모드를 잘못 설정하거나 장애물을 미리 치웠어야 한다는 등 이용자 과실로 치부해 보상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현장 조사 없이 제품 자체의 하자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소업체 판매 제품의 경우 센서 오류나 누수 등 문제가 빈번한데 ‘수리 불가 사유’라며 회피하거나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며 보상을 거부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설계·표시상,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업체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은 제조물로 인한 ‘확대 손해’를 배상하기 때문에 제조물로 인한 재산상 손해까지 보상 범위 안에 포괄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인공지능(AI) 센서를 통한 장애물 인식 기능이 뛰어나고 청소 모드도 다양해 이같은 재산상 피해 사례가 흔치는 않다는 입장이다. 또 로봇청소기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피해가 접수될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액을 산정해 배상한다고 설명한다.
한 가전회사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카페트와 같이 청소하기 힘든 바닥에선 자동으로 흡입 세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해 훼손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모가 얇거나 두꺼운 카펫은 손상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제품 판매 페이지나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 매뉴얼을 통해 주의사항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어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가전회사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누수의 경우 먼지통에 먼지와 이물질이 누적되거나 파손이 생길 경우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기적으로 먼지통을 비우고 세척하면서 누수를 방지해야 하며 만일 누수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 측으로 빠르게 AS를 접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