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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⑮] 사람없는 콜센터 '속터져'...응대 못하는 챗봇 세워놓고 상담원 무차별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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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⑮] 사람없는 콜센터 '속터져'...응대 못하는 챗봇 세워놓고 상담원 무차별 감축
유통·금융 등 콜센터 인력 꾸준히 감소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6.04.14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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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챗GPT에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군을 물어봤더니 콜센터 상담원이 1위라는 답이 나왔다. 거대언어모델(LLM)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AI는 24시간 대응이 가능하고 감정 노동도 없다는 게 이유다.

상담원 1000명이 할 일을 AI 서버 한 대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비용 절감 효과도 어마어마하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콜센터를 축소하고 있음은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TV홈쇼핑 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7개사의 콜센터 고용 인원은 ▲2021년 3689명 ▲2022년 3366명 ▲2023년 2943명 ▲2024년 2567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연평균 감소율은 10%다.

금융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발표된 사회공공연구원의 ‘공공·금융 콜센터 AI 도입 현황과 문제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5대 시중은행 콜센터 인력 규모는 4172명으로 2020년 4473명 대비 6.7% 감소했다. 5대 은행 모두 인력이 줄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콜센터 인력현황을 봐도 8대 카드사 콜센터 인력규모는 2024년 5월 기준 1만90명으로 2019년 말 1만2436명 대비 19% 감소한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5년간 매년 470명씩 줄어든 셈이다.

기업의 대표 민원 창구인 콜센터 상담 인력이 줄어드는 건 곧 소비자와의 접점 축소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자체 비용 절감 외에 챗봇 도입 등으로 소비자의 이용 편의도 높아진다고 말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챗봇이나 앱 기반의 디지털 고객센터로의 전환에 소비자들은 복잡하고 긴 상담 프로세스에 지쳐 나가 떨어지고 있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고객센터 연락처에 전화를 걸어도 챗봇이 상담을 시작하는 게 기본값이 됐다.

AI 챗봇은 요금 조회나 서비스 이용 방법 안내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질문 처리에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질문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동일한 답변을 반복하거나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매뉴얼에 맞춰 질문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 탓에 원하는 답변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항목을 클릭하거나 뒤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긴급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처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AI 챗봇이 복잡한 민원이나 긴급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객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당근마켓, 카카오T, 티빙, 타다 등 IT 기반 플랫폼 기업에서 콜센터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해 6월부터 당근마켓 앱 내 AI 챗봇을 도입해 고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앱 내 텍스트 문의만 가능하다는 안내와 함께 통화가 종료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의는 앱에서 AI 챗봇을 통해 항목을 선택한 뒤 채팅으로 접수하는 방식이다. 중고거래, 당근페이, 광고, 부동산 등으로 구분된 항목을 선택해 문의를 남겨야 한다.

다만 이용자가 복잡한 상황을 질문할 경우 해결책보다는 대체 방안을 안내하는 데 그치는 등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용자가 상황을 자유롭게 설명하기보다 정해진 항목에 맞춰 질문해야 하는 구조다.
 

▲이용자가 복잡한 상황을 질문할 경우 해결책보다는 대체 방안을 안내한다.
▲이용자가 복잡한 상황을 질문할 경우 해결책보다는 대체 방안을 안내한다.
AI 챗봇 문의를 통해 상세한 질문을 남길 수는 있지만 답변까지 시간이 걸려 즉각적인 민원 처리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복잡한 문의는 앱 내 고객센터 ‘문의하기’를 통해 접수되며 상세 내용을 남기면 고객센터에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AI 챗봇은 즉시 응답하고 있지만 문의하기는 처리에 시간이 걸려 최대 2~3일 내 답변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도 AI 챗봇을 통한 상담만 가능하다.

티빙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녹음된 음성을 통해 문의 항목과 챗봇 이용 안내만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이후 모든 문의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는 챗봇 연결 링크를 통해 진행된다. 해당 링크로 접속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채팅 방식으로 상담이 이뤄진다.

티빙 관계자는 “고객센터나 게시판을 통해 전화 상담을 요청할 경우 상담 직원이 고객에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플랫폼 이용자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전화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연내 콜센터 개설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브 역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AI 상담사 또는 채팅 상담 중 하나를 고르도록 안내가 이뤄진다. 웨이브는 지난해 3월 인공지능 음성 상담 서비스 웨이비를 도입했다.

AI 상담은 이용권이나 아이디 여부, ‘네·아니오’ 등 단답형 질문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용권 환불 계좌를 변경하고 싶다’와 같은 구체적인 문의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팅 상담을 선택할 경우 상담원과의 상담은 채팅으로만 가능하다. 전화 상담은 지난해 3월 20일부터 종료돼 현재는 이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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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챗봇에 사고 상황을 입력해도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만 반복되는 등 긴급 상황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AI 챗봇 ‘타다 봇’을 통해 채팅 상담하거나 고객센터에 글로 문의를 남기면 답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야간 할증 규정이나 환불 소요 기간 등 복잡한 문의나 상담원 연결 요청에 대해선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등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정형화된 질문에만 답변하는 구조다.

모빌리티 플랫폼 특성상 이용 중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긴급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챗봇에 사고 상황을 입력해도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만 반복되는 등 긴급 상황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카카오T를 이용 중 문제가 발생한 이용자가 고객센터 연락이 안된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
▲​카카오T를 이용 중 문제가 발생한 이용자가 고객센터 연락이 안된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
또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도 콜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앱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AI 챗봇과 상담이 가능하다. AI 챗봇으로 간단한 문의는 처리할 수 있지만, 복잡한 질문은 상담원 채팅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전화 상담은 제공되지 않는다.

카카오T 관계자는 “사고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한 경우 별도의 긴급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상담원 연결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금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챗봇은 단순한 주문이나 질의응답은 가능하겠지만 복잡해지거나 판단이 필요한 경우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정 부분 사람이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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