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 오더 단말기 오류, 책임 두고 제조사-포스기업체 핑퐁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달 9일 테이블 오더 기업의 단말기 5대 중 2대에서 주문 취소 오류가, 또 다른 두 대는 작동이 불가해 화면이 켜지지 않는 등 총 4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 씨가 단말기 제조사 측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단말기에는 문제가 없다며 결제 시스템이 연동된 포스기 업체 문제로 추정되니 해당 업체에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포스기 업체는 원격 진단 결과 연결에 이상이 없다며 티오더 측에 재문의하라고 설명했다. 박 씨가 다시 제조사 측에 문의했지만 시스템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업체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 박 씨는 3주 간 수리를 받지 못해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박 씨는 “어느 업체도 책임지고 해결하려 하지 않아 3주간 막대한 피해를 떠안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아파트 '월패드' 고장인데 제조사-통신사 책임공방만 =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달 17일 B 월패드 제품에서 긴급경보등이 점등되고 조명과 환기시스템 작동까지 먹통이 되는 문제가 발생해 수리를 요청했다. 수리기사는 메인보드 교체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윤 씨는 21만 원을 지불하고 수리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계속돼 수리기사에 문의하자 월패드에는 문제가 없다며 통신사 측에 확인하라고 설명했다. 통신사 측은 점검을 통해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어느 쪽 문제인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에서 업체 간 책임 공방만 이어지면서 메인보드를 유상으로 수리한 나만 손해를 떠안게 됐다”고 난감해 했다.

디지털 기기 서비스 이용 중 문제 발생시 복수 사업자가 얽힌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 발생 시 사업자들이 서로 책임을 부인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는 플랫폼과 결제, 하드웨어, 통신 등이 결합된 IT 기반 서비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차량 내 결제시스템, 스마트홈 서비스, 식당 테이블 오더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차량 내 결제 시스템은 완성차 업체가 플랫폼을 제공하고 결제는 카드사와 결제대행사(PG)가 처리하며 실제 서비스 제공은 가맹점이 맡는 구조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건설사가 시스템을 설치하고 하드웨어는 가전업체, 소프트웨어는 외부 솔루션사, 통신은 별도 사업자가 담당하는 등 복수 사업자가 결합된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문제의 원인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각 운영사에 개별 문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18조 11항에는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소비자와 통신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 재화 등의 대금 환급과 관련한 의무의 이행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어떤 사업자가 주된 책임을 지는지, 책임 비율을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책임 주체를 가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면서 소비자 피해 구제도 늦어지게 된다.
각 사업자가 자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책임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이를 강제할 제재 수단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복수 사업자가 얽힌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 피신청인을 복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안 파악을 위해 각 사업자에 개별적으로 사실 확인을 진행해야 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복수 사업자가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조차 명확히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적 장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을 조정하고 피해가 확대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