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넘게 환불지연, 고객센터는 입장번복 = 경기도 화성에 사는 이 모(남)씨는 쿠팡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정상적으로 반품 신청했다. 상품 회수가 완료되고 이틀 뒤 검수까지 끝났으나 두 달 가까이 되도록 환불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씨는 “쿠팡 고객센터 측이 입고 수량 등을 문제 삼으며 말을 번복하는 등 두 달 가량 대금 환급을 미루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 반품 택배비까지 입금했는데 판매자는 모르쇠 = 부산 강서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네이버쇼핑 입점 업체에서 구매한 의류 제품에 대해 반품을 요청하고 택배비 입금까지 마쳤다. 판매자는 상품을 이미 회수해 보관 중임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수개월간 지연하고 있다. 김씨에대해 답변을 거부하며 대응도 중단한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하자 있는 상품을 반품한 뒤 최대 수 개월까지 환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에 명시된 환불 규정이 현장에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데다 플랫폼과 입점 판매자 간의 책임 공방 속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환불 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도 이어진다는 하소연이다.
상품이 파손된 채 배송되거나 주문 상품과 다른 상품이 배송되는 등 명백한 판매자 과실에도 환불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18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청약철회를 요청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대금을 환급하거나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지연할 경우 연 40% 이내의 지연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적 안전장치는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소비자가 파손 상품이나 오배송 등 명백한 판매자 과실로 반품을 신청해도 환불이 완료되기까지 수주일간 무한 대기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판매자 거부나 판매자 연락두절 등도 적지 않다.
환불이 지체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커머스 생태계의 복잡한 구조에 있다.
소비자는 대형 플랫폼의 인지도를 믿고 구매하지만 환불의 직접적인 주체는 플랫폼에 입점한 개별 판매자다. 만약 판매자가 고의로 연락을 피하거나 제품 상태를 문제 삼아 환불을 거부할 경우 소비자가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는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을 비롯한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개업체인 플랫폼에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플랫폼사 역시 현실적인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현행법상 중개업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모든 거래의 환불을 3영업일 이내에 강제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플랫폼들은 환불 지연 관련 갈등이 심화되는 등 일부 불가피한 경우에는 소비자 권익을 우선으로 고려해 자체적으로 선환불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판매자의 피해로 직결돼 쉽게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불을 먼저 집행한 이후 회수된 상품에 소비자 과실로 인한 파손 등 하자가 발견될 경우 그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영세 입점 판매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환불 지연이 심화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선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선 환불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다만 상품 훼손 등 귀책 사유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선 환불을 강제할 경우 고스란히 영세 판매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 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 주요 온라인몰 업체들은 소비자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판매자와의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책임 공방으로 '3일 내 환급'이 지연되더라도 전담 인력을 배치해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입점 판매자가 연락을 끊거나 정당한 환불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강력한 페널티 정책과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팡 측은 반품 접수 후 3영업일 동안 판매자가 환불 처리하지 않은 10만 원 이하의 상품 군에 대해서는 '자동 환불' 시스템을 적용해 소비자가 기약 없이 대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반품 접수 후 6일이 경과했음에도 완료되지 않는 건에 대해서는 판매자에게 직접 확인 메시지를 발송하며 무응답이거나 택배사 집하 후 5영업일 내에 입고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환불 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고객 귀책 사유로 반품 상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미회수돼 판매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쿠팡확인요청'과 '회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 금액을 100% 정산하는 등 판매자 보호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마켓 역시 고객센터를 통해 분쟁 문의가 접수되면 전담 인력이 개입해 상황을 중재하고 있으며 세부 프로세스는 회원 약관에 투명하게 명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G마켓 관계자는 "만약 판매자가 정책을 위반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거나 정당한 환불을 거부할 경우 경고 및 개선 요청을 시작으로 상품 판매 중지, 나아가 모든 상품의 판매 제한까지 단계별로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연락이 두절된 판매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페널티 정책을 두어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구매자의 정당한 환불 요구가 확인될 경우 판매자의 판매예치금에서 우선적으로 출금해 환불을 집행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환불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재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만약 판매자 귀책에도 부당하게 고객 환불을 지연할 경우 11번가가 직권 취소 후 고객에 우선 환불을 진행한다"며 "부당하게 환불을 지연한 해당 판매자에는 사안에 따라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현행법의 맹점을 보완하고 플랫폼이 입점사와의 소통 중재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행법의 '3영업일 이내 환불' 규정은 판매자가 고의로 연락을 피할 경우 소비자가 손쓸 도리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라며 "소비자가 판매자와 접촉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그 불통 기간만큼 법정 환불 기한을 연장해 주는 식의 법 조항 고도화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플랫폼은 입점 판매자와 상시 연락망이 구축돼 있는 만큼 소비자와 판매자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고객센터가 직접 소통을 주선하거나 불통 사실을 공식 증명해 주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3영업일 이내에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플랫폼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전용 업무 매뉴얼을 촘촘히 구축해 소비자의 피로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