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예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1월 2022년식 완성차 업체 B사의 차량 운행 중 접촉 사고로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다. 직원은 '크러시 패드' 교체가 필요하지만 전국에 재고가 없어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40일 뒤인 3월 11일 김 씨가 업체에 항의했으나 제작 업체 부도와 제작 틀 이상 문제로 부품 생산이 중단돼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두 달 가까이 기다린 끝에 지난달 23일 수리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구매한 지 4년도 되지 않은 차량이 부품 수급 문제로 두 달간 수리가 지연됐다”며 “대차도 못 받아 한 달 넘게 사비로 차량을 렌트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 경기도 용인에 사는 권 모(남)씨는 2024년 4월 수입차 업체 C사의 전기차를 구매했다. 지난해 5월 시동 꺼짐 문제로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고 '고전압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다만 국내에 부품 재고가 없어 해외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차서비스는 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제공되지 않다가 두 달이 지난해 7월에야 이용할 수 있었다. 차량 수리는 9월에 완료됐다. 권 씨는 “4개월을 기다린 끝에야 차량을 수리할 수 있었다”며 “고전압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데 장기간 수급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전북 전주에 사는 성 모(남)씨는 지난 1월 사고로 2023년에 구매했던 D 수입차 업체의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견인해 입고시켰다. 서비스센터 측은 발판과 도어를 교체해야 하나 국내에 재고가 없어 미국에서 부품이 수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 씨는 “수리를 맡긴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언제 수리가 완료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품이 해외에서 들어오지 않아 수리를 못 한다면 소비자는 어디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차량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수개월씩 지연되면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시적인 재고 부족으로 짧게는 수주, 전국 재고가 소진돼 추가 생산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에는 수개월까지 대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업체에 부품 수급 상황을 문의해도 업체 또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리 시점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갈등이 빈번하다.
부품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는 경우 소비자들은 직접 부품 재고를 수소문하거나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대차 서비스라도 제공되면 다행이지만 대차마저 지원되지 않을 경우 사비로 차량을 렌트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피해는 더 크다.
부품 수급 문제는 차량 연식과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차량뿐 아니라 1년도 되지 않은 사실상 신차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양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라도 부품 수급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차량이 국내에 먼저 배정되는 과정에서 부품 수급이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전자장치의 경우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창문 구동 장치나 배터리, 내장재 등 물리적 부품이 필요한 고장의 경우 OTA로 대응이 불가능해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부품 수급 지연으로 수리가 장기화되더라도 제조사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자동차 정비업'에서 정당한 사유의 통보 없이 약정한 날로부터 수리기간이 초과한 경우 그 기간만큼 교통비 실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기준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사항이다 보니 업체에서 준수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서도 자동차 제작자는 원활한 정비를 위해 단종 이후 최소 8년간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자동차 부품 보유 기간을 단종 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간 내 부품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제재나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권고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부품 수급 현황을 상시 점검하고 협력사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수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제조사 측도 “특정 시기나 상황에 따라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는 부품 수급 지연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와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한 반면 한국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수리가 지연되더라도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수리 지연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패널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