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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 상품 할인 뒤에 숨은 반품 족쇄...개봉하면 무조건 ‘정가'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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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 상품 할인 뒤에 숨은 반품 족쇄...개봉하면 무조건 ‘정가' 청구
규정상 '실거래가' 원칙...업계 "재판매 어려워 불가피"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6.05.06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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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배 모(여)씨는 A의류 브랜드 공식몰에서 속옷 5장 세트를 5만9000원에 구매했다. 한 장을 개봉해보니 원하던 소재가 아니어서 반품 요청하자 상담원은 개봉한 제품 단품가 2만3000원이라며 이를  우선 결제해야 나머지도 반품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배 씨는 "살 때는 개당 가격이 1만1800원에 불과했는데 반품한다고 하니 2배 더 비싼 가격을 부른다"며 "사실상 강매아니냐"고 지적했다.

# 경남 창원에 사는 곽 모(남)씨는 TV홈쇼핑 B사에서 주방세제 묶음상품을 약 8만 원에 구매했다. 무료 체험 세정제를 써보니 광고와 달리 오염이나 때가 그대로 남았다. 세트 상품인 '세정 티슈'는 효과가 있을까 싶어 3매를 사용해봤으나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었다고. 곽 씨는 "업체에 반품을 요청하자 세정 티슈 사용 비용으로 1만 원에 반품 배송료까지 총 1만3000원을 부담해야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부 모(여)씨는 C사가 운영하는 TV홈쇼핑에서 20만 원 상당의 크림 화장품 세트를 주문했다. 한 통을 개봉해 살짝 발라보니 광고와 달리 홍조나 잡티를 가려주는 커버력이 약해 반품을 결정했다. 홈쇼핑 고객센터에서는 "반품할 경우 개봉한 크림은 정상가로 청구된다"고 말했다. 부 씨는 "총 구매액의 절반에 달하는 크림 값을 지불해야만 반품이 가능했다"며 기막혀했다.

#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 모(여)씨는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에서 배변패드 '100매*4개입' 묶음상품을 총 6만원에 구매했다가 반품하는 과정에서 환불액을 놓고 업체와 갈등을 빚었다. 패드 한 개를 개봉한 뒤에야 사이즈를 잘못 주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품 요청하자 판매자는 1개입 사용에 대해 1만7000원을 차감하고 반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포장 차이 없이 4개입을 한 박스로 묶어 배송했을 뿐인데 개별 정가를 높게 책정해 실제 구매액보다 높은 금액을 부담하게 됐다"고 기막혀했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할인된 세트상품을 구매한 뒤 반품하려다 오히려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트 구성으로 할인 판매된 상품임에도 반품 과정에서는 개봉 및 사용한 제품 가격을 정상가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대량 구성 할인 구조와 협력사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사전 고지 없는 ‘정가 책정’이 사실상 환불 방어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6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할인 판매한 세트상품 반품 과정에서 개봉한 제품에 대해 정상가 기준으로 환불 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홈쇼핑에서 대량으로 구성된 기획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같은 분쟁도 다른 유통업계에 비해 잦은 편이다.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몰도 수많은 판매자가 입점해 있어 이런 양상의 갈등이 적지 않다.

분쟁은 주로 샴푸 등 헤어 제품이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같은 품목에 집중된다. 직접 사용해본 뒤 효과가 광고와 다르거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남은 제품을 반품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은 할인폭이 큰 세트 상품일수록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일부 사례에서는 사용한 제품에대한 정상가를 차감하고 나면 환불액이 거의 남지 않거나 추가 비용을 입금해야 환불이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상당수 소비자가 반품 시 정가 책정 사실을 구매 단계에서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환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담사 안내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면서 다툼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환급금액은 원칙적으로 거래 시 교부된 영수증 등에 기재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영수증과 다른 가격을 적용하려면 사업자가 해당 금액이 실제 가격임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현장에서는 업체별, 판매자별로 제각각이다.

소비자들은 할인 세트상품 판매가 확대되는 만큼 부분 반품 기준과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세트상품의 특성상 불가피한 방침라는 입장이다.

세트 할인은 대량 구매를 전제로 한 가격 정책인 만큼 일부만 반품할 경우 할인 조건이 성립하지 않아 정상가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봉 상품은 재판매가 어려워 협력사 손실로 직결된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한 대형 홈쇼핑 관계자는 “세트상품 부분 반품 시 가격 산정은 대부분 협력사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개봉 제품은 재판매가 어려워 협력사 측에서 부담이 커 정상가 기준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상품과 협력사별 가격 정책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 적용이 어렵다”며 “부작용 등 정당한 사유가 입증되면 별도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 측은 “오픈마켓은 중개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판매자에게 정가 반품을 강제하긴 어렵지만 소비자로부터 상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판매자에게 소명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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