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에서 매운맛 틈새 시장을 공략하던 국내 식품 기업들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메인 유통 채널을 빈틈없이 꿰차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월마트나 일본 세븐일레븐 같은 현지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K-푸드를 찾는 소비자의 90% 이상이 교민이나 유학생, 혹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였고 제품 유통도 보따리상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 코스트코와 일본 편의점 등 현지인 생활에 밀접한 유통 채널에 K-푸드가 넘쳐날 정도로 식품사들의 글로벌 영토가 확장됐다. ‘불닭’ 신화를 쓰고 있는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품목별로는 라면 수출액이 15억2000만 달러로 21.9% 늘었고, 소스류는 4억1000만 달러, 김치 1억6000만 달러, 아이스크림 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는 K-푸드의 일본 매출이 2018년 160억 엔(약 1500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엔(약 6450억 원)으로 7년 새 4.4배가량 증가했다.
◆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 메인 스트림에 넘쳐나는 K-푸드
삼립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미국 50개주 전역의 400여 곳 코스트코 매장에서 ‘보름달’ 빵 판매를 시작했다. 초기 수출물량은 1175만 봉이다.
삼립 측은 "현지 바이어들 사이에서 '과하지 않은 단맛, 부드러운 식감으로 아이들 간식이나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다'는 평가를 받아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삼립 치즈케익’이 한국 베이커리 제품 최초로 미국 서부지역 코스트코 100여 개 매장에서 출시됐다. 이후 11월부터는 물량 약 500만 봉, 코스트코 300여 매장으로 판매가 확대됐다. 삼립은 오는 7월까지 1000만 봉 추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주요 유통 채널에 안착했다. 2012년 출시 초기에는 교포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샘스클럽, 타깃 등 주요 유통업체 전반으로 확대됐다. 메인스트림 자리를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불닭볶음면 공급가를 평균 9% 인상했음에도 올 1분기 미국법인 매출은 18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농심은 지난 4월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현지 3대 편의점 5만300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신제품 신라면 로제를 출시해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판매에 나섰다.
삼양식품도 2019년 현지 법인 삼양재팬을 설립 후 현재 일본 3대 편의점 등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5월 신제품 ‘스와이시 불닭볶음면’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 확장에도 나섰다.
팔도와 오뚜기는 올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서 제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만두를 필두로 고추장, 쌈장, 치킨, 핫도그 등 소스·치킨·간편식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영국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독일 레베와 에데카, 프랑스 까르푸, 네덜란드 알버트하인 등을 주요 채널로 공략 중이다.
농심도 2030년 유럽 매출 3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신라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호주 1위 대형마트 울워스를 중심으로 비비고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2023년 울워스 10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현지 생산 만두는 출시 7개월 만에 울워스 만두 카테고리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7월엔 비비고 치킨 2종도 출시했다.

◆중국 재진출, 베트남 마트 98% 장악, 인도선 퀵커머스…아시아 흔드는 K-푸드
중국에서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샘스클럽, 징둥헬스 등 현지 대형 온·오프라인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국내 식품사들이 대거 진출했다가 정치적 이슈와 현지화 실패로 쓴 맛을 본 시장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파이류와 감자스낵, 젤리 등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간식점, 이커머스, 창고형 매장 등에서 채널별 전용 제품을 출시해 공략 중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소포장, 가성비 수요가 높고 이커머스에서는 온라인 특가 및 대용량 판매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맞춤 판매하는 방식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징둥헬스에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입점시켰다. 2020년 중국 해외브랜드 전용 플랫폼 티몰을 시작으로 올해 현지 최대 헬스케어 플랫폼 입점에 성공한 것이다. 2000년대 초 분유에서 시작해 특수분유, 유아식으로 확장하면서 확보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사업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매일유업은 국내 거주 중화권 유학생들로 구성된 글로벌 서포터즈를 통해 현지 SNS 체험 콘텐츠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풀무원은 2024년 9월 샘스클럽 49개 매장에 냉동 참치김밥 ‘Tuna KimBap’을 입점시켰다. 출시 후 1년차 약 300만 줄이 판매돼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에 맞춰 풀무원은 냉동 김밥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 가격을 약 35% 낮춰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
대상은 베트남에서 오푸드 제품을 현대식 메인스트림 채널의 98% 이상에 입점시켰고, 재래식 채널에서도 전국 34개 성·시를 아우르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를 통해 김, 간편식, 소스·드레싱, 프리믹스 등 200여 개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5월 인도 퀵커머스 1위 업체 블링킷과 유통 계약을 맺고 신라면, 짜파게티, 순라면, 새우깡 등 라면·스낵 19종 판매를 시작했다. 볶음면 위주의 식문화와 퀵커머스 주요 이용층인 청년층 수요를 고려해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메인 제품으로 내세웠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7월 현지에 생산기반을 갖추고 빼빼로, 크런키 등 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 기후를 고려한 초콜릿 배합을 개발하고 막대과자 원료를 구해 판매에 나섰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