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혜화역 1번 출구에 가면 배우 ‘김갑수’가 있다! 그가 거리로 나선 까닭은?
상태바
혜화역 1번 출구에 가면 배우 ‘김갑수’가 있다! 그가 거리로 나선 까닭은?
  • 뉴스테이지 제공 newstage@hanmail.net
  • 승인 2009.04.06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후 6시 30분 대학로가 가장 붐빌 시간, 혜화역 1번 출구에 가면 배우 김갑수를 만날 수 있다. TV로 그를 접해온 행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지만 그건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아니다. 공연 포스터를 목에 메고 “좋은 공연 싸게 보기, 연극 ‘아름다운 인연’ 보러 오세요!”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폼이 하루 이틀 해본 솜씨도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타짜’, ‘대왕세종’ 등 다수의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해 온 김갑수가 거리로 나선 까닭, 아니 나설 수밖에 없던 까닭이 궁금했다.

“제가 이상하다고요? 이건 당연한 겁니다!”

사실 요즘에 들어서야 눈에 띄었을 뿐 김갑수는 늘 대학로와 함께 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지만 김갑수는 ‘극단 배우세상’의 대표다. 98년 그가 창단한 ‘극단 배우세상’은 말 그대로 배우가 중심이 되는 창작극 중심의 소극장 연극을 하는 집단이다. 대표 김갑수를 비롯해 전부 배우들로만 이뤄진 극단이라 이래저래 겪는 어려움도 많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기획이나 홍보 인력 없이 배우 출신들이 이끌어가려니 아쉬운 점은 있다”는 것이 김갑수 대표의 말이다.

홍보 인력이 따로 배치되지 않으니 스폰서나 마케팅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거리 홍보다.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만큼은 공연 홍보 역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대학로니까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관심을 살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홍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로는 연극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의 거리다. 가만히 앉아서 관객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방법이다. 대학로에 가보니까 거리 곳곳이 정말 공연의 메타답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제약 많은 대학로, 연극하기 힘들다”

그나마 요즘은 날이 풀려 거리 홍보가 훨씬 수월하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도 김갑수 대표와 단원들은 혜화역 1번 출구를 지켰다.


그래도 차라리 추위가 낫다. 현재 극단 측의 거리 홍보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대학로를 깨끗한 거리로 만들겠다고 하는 구청이나 서울시와 이곳을 공연의 메카로 지키겠다는 연극인들의 마찰이다. “연극 포스터를 피켓으로 만들고 나가면 그것이 그대로 옥외광고로 규정되더라. 이건 대학로에 있는 모든 극단을 인정하지 않고, 연극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갑수 대표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에 제약이 너무 많다”며, “물론 제작비를 충분히 쓸 수 있고, 홍보나 기획팀이 작품을 만든다면 별로 신경 쓸 것이 없지만 대부분의 대학로 소극단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극을 상업으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현장성을 최대한 살려도 모자란 판국에 지금처럼 어떻게든 해보려는 연극인들을 막는 관행이 하루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현 실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배우출신 대표를 동원한 거리 홍보가 과연 효과를 거두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다. “당연한 결과다. 물론 인터넷으로 미리 볼 공연을 정하고 오는 관객들도 있지만 ‘대학로에 가면 무슨 공연이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혜화역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굳이 당일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직접 몸으로 부대낀 홍보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도 거리 홍보의 효과다.

많은 압박에도 거리 홍보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냐고 묻는 말에 김갑수 대표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로서는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관객이 존재한다면 거리 홍보도, 소극장 연극도 늘 그래왔듯 대학로에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덧붙여 김 대표는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들이 논하는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대학로에 있는 연극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사회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다 이 작은 대학로 연극 세상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가 끊임없이 대학로를 지키고, 끊임없이 연극을 만들어 올리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대답이다.

거리 홍보가 시작되는 6시 30분이되기 십분 전, 극단 배우세상의 사무실은 벌써 들썩였다. 오늘 하루도 잘 해보자는 단원들의 파이팅이 관객들의 마음에도 진심으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뉴스테이지=조하나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