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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도 휴대폰 수십만원 결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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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도 휴대폰 수십만원 결제 '척척'
"게임등 본인 확인절차 없어 속수무책"..피해제보 쇄도
  • 정일아 기자 jia6691@csnews.co.kr
  • 승인 2009.08.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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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일아 기자] "어린 아이도 부모의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손쉽게 수 십 만원을 결제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허술한 ARS 결제 시스템으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경제적 손실을 입는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 결제 시스템이 콘텐츠 제공업체(CP)와 결제서비스업체(GP), 그리고 이동통신업체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여서 과실은 공유하면서도 책임은 서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ARS결제시스템은 휴대전화 결제시스템과 함께 지난 2000년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시스템으로 이후 게임,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의 결제수단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휴대폰결제서비스의 시장규모만도 지난 한해 1조7천억 원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승인과정의 허술함에 있다. 주민번호 입력 후 버튼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손쉽게 승인이 이뤄지기 때문에 결제 당사자의 본인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어린 학생들이 수십 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www.kinternet.org) 관계자는 "도입 초창기에 비해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어 가는 중이다. 부모동의서와 같은 증빙서류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서류상의 확인 뿐 만 아니라 결제 시 실시간으로 음성 확인을 하는 등의 방안도 도입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번호를 고의적으로 도용해 결제를 한 경우, 사실상 금액을 환불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고의적인 도용이 아닌 결제서비스업체의 과실 등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 '휴대폰/ARS결제 중재센터'(www.spayment.org)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례1- 경남 양산에 사는 송 모(여.46세)씨는 최근 전화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엔 기껏해야 몇 천원밖에 나오지 않았던 전화요금이 지난 달 6만6천원에 이어 이번 달에는 무려 18만 원가량 청구된 것.

내달 청구 예정된 요금까지 합산해보자 평소보다 30만원이나 많았다. 상세내용을 살펴보니 '정보이용료'라는 명목으로 부과된 금액이 전화요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송 씨는 11살짜리 딸을 추궁해 몇 개월 전부터 온라인 게임 시 유료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수시로 ARS결제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당 게임업체들에 거세게  항의해 봤지만 "이용자가 가족인 만큼 도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책임을 외면했다.

송 씨는 "돈에 대한 개념도 없는 어린아이가 엄마 주민번호만 눌러 너무 쉽게 결제했다”며 “허술한 본인 인증절차로 인해 한 달 생활비에 가까운 돈을 날리게 되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생활이 궁핍해 학원을 못 보내고 집에 그냥 있도록 둔 것이 오히려 이런 화를 불러 왔다"고 탄식했다.


#사례2- 업무상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전북 정읍의 유 모(남.39세)씨는 얼마 전 가족의 안부를 묻고자 집으로 연락했다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유 씨의 아내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ARS전화결제를 이용하는 바람에 총 60만 원가량의 정보이용요금이 청구됐다고 말했다.

놀란 유 씨가 아들을 추궁해 전화상으로 가입자의 주민번호를 누르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 씨는 "20만원씩 3개월 동안 정보이용료 폭탄을 맞았다"며 "요즘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번호 알아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텐데 이거 불안해서 살 수 있겠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주민번호만으로 인증을 하는 현재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다.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되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례3- 중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김 모(남.47세)씨는 얼마 전 중학생인 아들의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액결제'라는 명목으로 6만 원가량의 요금이 청구 된 것.

평소 1만원이 조금 넘던 사용요금이 급작스레 늘어난 것이 이상해 이동통신업체로 문의했다. 상담원은 "게임사이트에서 사용한 것 같다. 다음달에는 8만 원가량의 요금이 부과 될 것"이라는 말해 김 씨를 까무러치게 했다.

중학생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아들은 대학생인 형의 게임 아이디를 사용하다 휴대폰으로 유료 아이템을 결제했다고 고백했다. 아들의 휴대폰은 김 씨의 명의로 가입되어 있었던 터라 결제를 위해 아버지의 주민번호를 입력했던 것.

김 씨는 "중학생인 아들의 휴대폰이 내 명의로 되어 있긴 하지만, 결제할 경우 다시 한 번 실사용자를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만약 주민등록증을 분실 할 경우 모든 신용카드와 휴대폰까지 정지시켜야 할 판"이라며 못 마땅해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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