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리베이트 파동' 제약업계, 추석선물에 '전전긍긍'
상태바
'리베이트 파동' 제약업계, 추석선물에 '전전긍긍'
  • 정기수 기자 guyer73@csnews.co.kr
  • 승인 2010.08.31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체들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으로 의사들과의 관계가 냉랭해진 판에 추석선물까지 자칫 리베이트로 간주돼 서로를 곤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선물을 못 하는 상황이라면 서로 없는 듯 넘어가면 그만일 텐데 정작 규정이 모호해서 제약사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공정위를 따를까, 복지부를 따를까?

올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추석선물은 리베이트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오는 11월 28일 시행 예정으로 현재 보건복지부가 마련 중인 ‘리베이트 쌍벌제’ 하위 법령에 따르면 명절 선물은 허용될 것으로 알려져 제약사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일단 현행 공정경쟁규약 ‘사회적 의례행위’ 조항에는 “사업자는 사회적 의례행위로 대상 보건의료전문가에게 20만원 이내의 금품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을 뿐 명절선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규약에 명시된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최근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경쟁규약 및 자율협약에서 설, 추석 명절선물을 불허하고 있으며 이를 엄격하게 적용해 추석에 의료인에게 선물을 제공하다 적발될 약가인하 또는 과징금 등의 처벌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최근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하게 어떤 선물은 되고 되지 않는다는 규정선이 없다. 아예 선물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누·샴푸 세트 등 규모가 작은 선물의 제공도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보다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죄 시행과 관련해 의료법 등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하위 법령 태스크포스(TF)’팀에서 명절선물 일부 허용을 결정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명절 선물 10만 원 이내’, ‘경조사비 20만 원 이내’ 등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죄 하위법령 중 어느 쪽을 따라야 할 지, 제약업계만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법률적으로는 복지부의 법령이 공정위 규약보다 상위법이므로 우선시 된다. 다만 해당 법령이 아직 시행 전이라서 추석 때는 효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제약사들을 더욱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은 개정되는 의료법 등의 시행규칙에 강제성이 있는 반면, 공정경쟁규약은 사실상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쌍벌죄 시행규칙에 맞춰 이 규약도 손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놓고 공정경쟁규약을 무시하자니 공정위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게 또 현실이다.

국내 제약사는 '움찔', 다국적 제약사는 '괜찮아'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은 일단 올해는 명절선물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파동으로 워낙 큰 홍역을 치룬 터라 선물 때문에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심경 탓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쌍벌죄 하위법령 시행으로 명절선물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올해는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 추석선물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업체도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체의 입장에서 공정경쟁규약은 한국제약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허가 받은 것이라 준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제약업체의 입장에서 명절선물을 안 할 수도 없고 대안을 찾기 위해 몰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모 영업사원은 “이번 추석선물과 관련해 회사에서 공식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지만, 명절을 그냥 넘길 수는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공정경쟁규약에 크게 관여치 않고, 쌍벌죄 하위법령 개정에 맞춰 추석선물을 마련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쌍벌죄 하위법령 개정에 맞춰 의·약사 등에게 소정의 명절선물을 할 것”이라며 “업체마다 고민 중이지만 다른 다국적 제약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