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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형제·남매들은 지금 '분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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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형제·남매들은 지금 '분가중'
신세계 이어 삼성, SK, 금호등도 분리 작업중..재계 급속 분화 예고
  • 류세나 기자 cream53@csnews.co.kr
  • 승인 2011.03.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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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2세,3세로 분화되며 남매 혹은 형제간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분가'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신세계가 할인점과 백화점 2개 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최종 확정한 것을 비롯해 삼성, SK, 금호 등도 형제간 계열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신세계, 기업분할로 경영구도 재편…형제간 '분리경영' 신호탄


'형제(남매)간 계열분리' 행보는 신세계가 가장 빠르게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8일 주주총회를 통해 백화점과 할인점간 기업분할 안건을 확정했다. 백화점 부문은 기존 ㈜신세계로 존속하고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라는 법인을 신설한다는 것. 분할 기일은 5월1일이다.


신세계 측은 기업분할 후에도 현재의 '신세계-정용진 부회장', '이마트-최병렬 사장 대표이사' 체제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분리경영의 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신설법인인 '이마트'를 맡고, 동생인 정유경 부사장이 존속법인인 '신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정유경 부사장>

구체적으로는 신세계푸드,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건설,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L&B, 이마트 중국현지법인 등은 ㈜이마트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첼시, 광주신세계, 신세계의정부역사 등은 ㈜신세계에 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형제의 난'을 겪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분리 행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 채권단과 그룹 분리경영 방안에 합의한 금호그룹은 최근 금호석유화학과 전산시스템 분리의 핵심인 서버 이전작업을 끝마쳤다. 사실상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독자경영 행보가 시작된 셈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기업의 주요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가 그룹에 속해 있으면 영업상 기밀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서버를 이전하게 됐다"며 "계열분리가 쉽지 않은 작업인 만큼 시간은 걸리겠지만, 경영정상화가 조속하게 이뤄진다면 (분리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그룹과 금호석화와의 독자행보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 단계씩 이뤄져왔다. 우선 금호석화의 CI에는 금호그룹 전체가 사용하는 '빨간날개'가 사라졌다. 빨간날개 대신 '비욘드 더 베스트'라는 슬로건을 새로 만들어 홈페이지, 명함 등에 사용하고 있다.


직원채용도 따로 실시하고 있으며, 금호석화는 최근 컨설팅업체에 임금, 직급, 복지체계 개편에 대한 의뢰를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형제 일가는 서로간에 보유하고 있는 형제기업의 주식을 매도하는 등 투자관계도 정리하고 있다.


◆ '사촌경영' SK그룹도 계열분리 초읽기…"때가 왔다"


SK그룹 역시 계열분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최신원 SKC 회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론화하면서 조만간 SK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SK그룹은 크게 故최종현 명예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와 故최종건 창업주의 아들 최신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C로 나뉜다. '사촌경영'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잡음 없이 기업을 이끌어온 케이스. 그러나 최근 두 회장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 가시화되면서 계열분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1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故최종건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모식 행사에서 가족들이 손님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최신원 SKC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주요계열사인 SK텔레콤과 미래사업인 생명과학부문에 초점을 두고 기반을 다져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SK그룹 수석부회장 자리에 올린데 이어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등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신원 회장의 동태 역시 심상치 않다. SKC 및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SK케미칼을 기반으로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SK가스의 지분을 늘리며 그룹 내 화학분야에 대한 영향력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최신원 회장은 최근 열린 SK네트웍스 주총에서 "12년 만에 주총에 참석했는데 창업주에 대한 묵념도 없고 성의 없이 진행되는 등 창업정신이 흐려졌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해 계열분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C 홍보팀 관계자는 "계열분리와 관련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며 "또 자세한 내용은 '윗분'들만 알고 있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삼성 3인방' 재용-부진-서현 남매, 경영구도도 관심사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오너 경영진은 삼성의 3인방,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다. 이들 역시 각각 전자·금융 부문, 호텔·레저·건설 부문, 패션·광고 부문을 총괄하며 경영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계열분리에 대한 회사 측의 긍정적 입장은 한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이부진 사장이 삼성의 미래사업인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서현 부사장이 케미칼과 전자소재 분야를 추가로 맡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의 계열분리 구도는 점차 뚜렷한 윤곽을 보여가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특히 그간 언니와 오빠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여 온 이 부사장이 지난 연말부터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사이에서는 삼성의 세대교체를 비롯해 삼남매의 경영구획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인 케미칼과 전자소재 부문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패션 부문만 직접 챙겨오던 이 부사장이 최근 들어서는 케미칼과 전자재료 부문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의왕을 오가며 경영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것. 제일모직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케미칼 45%, 전자소재 30%, 패션 25% 가량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전문경영인에게 맡겨오던 분야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은 직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향후 패션을 비롯한 화학계열사까지 맡게 될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의 계열분리 속도는 타 그룹들보다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故이병철 창업주가 보여준 90대10의 상속원칙과 완벽을 추구하는 삼성의 기업특성에 따라 정교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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