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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외환은행장, 노조 징계 초강수…살신성인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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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외환은행장, 노조 징계 초강수…살신성인인가, 자충수인가?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4.09.2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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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유력시 되고 있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통합을 마무리하려는 굳은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후배들의 신뢰를 상실함으로써 향후 조직의 융화에 큰 불씨를 남기는 자충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환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3일 노조가 개최하려다 무산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하려 자리를 비운 직원 898명에게 징계를 내릴지 여부와 징계 수위를 심의하고 있다.


첫날 징계대상자에 대해 대락적으로 구분하고 둘째날부터 소명을 듣는 등 징계위원회가 본격화 됐다. 중징계 대상자는 대략 10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직접 소명하길 희망해 수일에 걸쳐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인사위의 결론은 조만간에 내려지겠지만 그 결과는 김 행장 자신과 외환은행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이미 지점장 6명을 본부 소속 부장으로 발령하는 등 책임자급 이하 직원 32명을 인사 조치했다. 이번 징계위원회는 일반 직원들로 심의대상이 확대된 것이어서 반감이 심하다.

징계대상자 898명은 외환은행 전체 직원의 11.4%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한 은행에서 이렇게나 많은 직원을 한 번에 징계한 적은 없었다.

외환은행은 노조의 조합원 총회가 쟁의조정 기간에 열려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면서 징계 사유를 밝혔다.

지금까진 사측이 대규모 징계 카드를 꺼내면서 노조가 궁지에 몰리게 된 형국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불투명하다.

징계를 밀어 붙이고 있는 김한조 행장은 통합법인 초대 수장이 유력하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일찌감치 "외환은행 노조와 잘 합의돼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백의종군하겠다"며 밝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통합 문제는 김한조 행장의 책임으로 남겨졌고 결국 대규모 징계 카드를 빼들었다. 김 행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 통합법인 출범을 위해 소통경영에 나섰지만 최근 노조와 정면 대결로 돌아선 양상이다.

사실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될 당시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통합시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겨 하루 바삐 시너시를 내야 한다는 게 하나금융그룹의 입장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초 조기통합을 거론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외환은행 카드사업부가 외환카드로 분사돼 오는 11월께 하나SK카드와 통합될 예정이다. 다음 수순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대화를 포함, 징계철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900명의 동지들을 반드시 구출할 것"이라며 "하나은행과의 조기합병 인정을 전제로 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의 조기합병 인정을 전제로 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반대로 통합절차가 지지부진해지자 김 행장은 대규모 징계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갈등이 격화되고 외환은행에도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그동안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선배를 믿고 따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 징계 건으로 인해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노조에서는 김 행장이 후배들을 배신했다는 격한 비난이 쏟아진다.


김 행장은 자신의 평판을 희생하면서까지 승부수를 던졌지만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후폭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득이 대신, 힘으로 통합을 밀어붙였다는 불만이 쉽게 사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통합에 성공하고도 갈등 봉합에 실패할 경우 김 행장의 거취에도 악영향이 끼칠 수 있다.


김 행장의 승부수가 통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 또 김 행장이 당초 예상대로 초대 통합행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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