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7월27일 인근 CU 매장에서 껌 3통을 구매했다. 직장 동료들과 나눠 먹었는데 다들 맛이 이상하다기에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2월 23일까지였다. 유통기한이 5개월이나 지난 셈이다. 매장에 따졌지만 "유통기한이 그리 오래 지난 제품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박 씨는"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 이상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한 건 문제 아닌가"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 서울시 강서로에 사는 민 모(여)씨는 세븐일레븐에서 지난 6월8일 마른 오징어 1개를 구매했다. 먹다가 냄새가 나고 맛도 이상해 보니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5월8일까지였다. 고객게시판에 항의글을 남기자 매장에 가서 환불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민 씨는 "진작에 재고정리를 잘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겠느냐"며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구매한 것도 화나는데 환불받으러 다시 가야한다는 게 더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남 모(남)씨는 근처 이마트24에 들러 구매한 컵커피의 유통기한이 일주일이나 지난 상태였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매장에 전달할테니 기다리라"며 "환불을 위해 하루이틀 소지하고 있으라"고 안내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 씨는 "매장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라"며 "여름철에 특히 예민한 유제품은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타임바코드 등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를 기술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일부 도시락이나 신선식품 외에 대부분 가공식품 구매에서 이런 문제가 빈번했다.
소비자들은 주로 구매한 뒤 음식맛이나 식감이 이상해 확인하니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통기한이 길게는 수개월 지난 경우도 있었으나 하루 지난 경우에도 불만을 표시하며 적극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상당수였다. 일부 소비자는 유통기한 경과 식품을 먹은 뒤 복통‧알레르기 등 증상에 시달렸다며 업체와 보상을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히 상품을 구매한 점포나 편의점 본사에 항의해도 대수롭지 않게 대응해 더 기분이 상했다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
피해 소비자들은 “여름철이니만큼 업체에서 유통기한 경과 상품에 대해 다른 때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업체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폐기가 원칙이지만 매장서 실수로 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생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본사 담당자들이 수시로 지도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24는 점포가 재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통기한 경과 상품에 대한 폐기를 실수로 누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문제를 막기 위해 하절기엔 위생 관련 주의 사항을 경영주들에게 별도로 공지하고 있다. 유통기한 문제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상품군과 달력을 이용한 체계적인 유통기한 관리 방법 등을 교육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사의 영업담당자들이 점포를 순회하며 경영주들에게 위생과 관련된 내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통기한 경과 상품을 판매한 점포엔 본사 측 직원을 파견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매년 하절기엔 본사 비용으로 외부 기관에 위생 점검을 위탁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유통기한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GS25도 하절기를 맞아 경영주들에게 유통경과 기한 문제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상품에 대한 공지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본사 측 영업관리팀이 직원 한 명당 점포 10~15곳을 맡아 방문 검수를 하는 등 집중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GS25 관계자는 “유통기한 관련 문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간헐적으로 부정적인 사례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일부 상품에 대해선 유통기한 경과 시 포스(POS) 기기에서 바코드 스캔을 원천 차단토록 하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연계해 특정 상품에 위생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전국 모든 점포에서 판매가 중단되게끔 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향후에도 최첨단 시스템과 엄격한 기준을 통해 식품 안전을 유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문제를 막기 위해 하절기에는 관리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평상시에 냉장·냉동시설 온도 확인을 3회가량 수행하라고 권장한다면 하절기엔 5회 이상 권장하는 식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사 영업관리 직원을 전국 점포에 파견해 수시로 위생 여부를 검수하고 있다. 동시에 해당 직원들이 업주에게 식품 보관 시설에 대한 관리법 등을 교육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임 바코드’ 시스템도 마련해 유통기한 경과 상품 판매를 방지하고 있다.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이 경과될 시 바코드 스캔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소비자분쟁기준엔 유통기한 경과 상품을 구매했을 때 제품교환 또는 구입과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만일 식품 섭취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땐 치료비와 그로 인해 그날 감소한 소득을 업체가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식품위생법 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엔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 등을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진열‧보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식품접객업자나 제조업자의 경우는 이 사항을 어길시 구청에 영업정지 15일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자유업'에 속해있는 편의점은 관할구청의 식품 위생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반 사항 적발 시 횟수에 따라 30~90만 원 사이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선에 그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