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충북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최근 대웅생명과학에서 나온 남성 활력에 도움을 주는 코끼리마늘 제품을 택배비만 지불하고 무료로 체험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제품을 두 번 정도 먹었을 때 상자 속에 든 안내문을 제대로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본품인 큰 박스를 훼손하면 반품 불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 김 씨는 “전화상으로 판매용 제품이 함께 배송되거나 구매에 대한 안내사항은 듣지 못했다. 본품 씰 한쪽이 훼손돼 있는데 반품을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판매업체들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명하나 소비자들은 기만적 상술이라고 주장한다. 체험분을 미끼로 함께 보낸 본품 박스 개봉 시 최소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 값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있는 제약사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들 상품은 제약사로부터 제조 및 판매 권한을 부여받은 총판(총 판매업체)에서 관리하므로 피해를 입어도 제약사의 적극적인 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건강 개선 관련 제품의 체험분을 보낸다며 본품을 함께 끼워 판매하는 방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올해 들어서만 100건을 훌쩍 웃돈다.
이들 제품은 제약사 관계사들이 제품을 OEM으로 위탁 생산한 뒤 총판에 넘겨 유통한다. 마케팅은 총판의 지휘하에 이루어진다.
이들은 무작위로 전화해 유명 제약사 이름을 언급하면서 체험해보길 권한다. 전화상으론 체험분을 보낸다고 하지만 실제는 체험분과 본품이 함께 배송된다. 함께 보내 샘플을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본품을 결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체험 기간 후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연락하면 무료로 회수해 가는 식이다.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피해를 주장하는 대부분 소비자가 60대 이상의 고령자다 보니 업체에서 안내하는 '본품을 함께 발송한다'거나 '본품 훼손 시 대금 청구', '수령 후 OO일 이내 반품 의사 없을 시 구매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또 유명 제약사 이름을 듣고 제약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거라 믿어 체험에 응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판매업체는 유명 제약사 명을 언급하며 "00에서 나왔다", "00에서 신제품이 나왔는데 주변에 소개 부탁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소비자들은 제약사 이름을 믿고 수락하나 제약사에서는 판매자의 판매방식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처와 협의해 최대한 조율한다고 입 모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와 계약한 판매처는 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제품 대금이 청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네 차례에 걸쳐 안내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 판매 과정과 계약 전 녹취 등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도 “총판에서 판매하는 방식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고객에게 제약사가 직접 진행하는 행사인 것처럼 불명확하게 전달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확히 고지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총판 측에선 제품을 발송하기 전 본품을 함께 보내는 점에 대해 소비자에게 충분히 안내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소비자들이 체험용 제품은 판매용보다 떨어지는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같이 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체험용 제품과 본품을 따로 보내면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다른 제품이라는 등 불만이 있어 같이 보내고 있다. 구매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고 녹취도 하고 있다. 반품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아우성이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전화나 문자메시지, 안내문 등을 통해 결제 대금이 청구될 수 있다는 부분이 안내됐다면 판매업체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본품 동봉과 구매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있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특히 판매용 물건이 재판매가 어려운 상태로 훼손되면 반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계약 내용과 안내문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위 사례의 경우 소비자가 본품에 대한 대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신청 자체를 안했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가 기망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다만 안내 방법, 계약 내용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