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전조등(헤드 램프)에 습기가 발생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전조등에 습기가 차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니 소비자들은 제품 결함을 의심해 제조사에게 무상 AS를 요구하나 거절당하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들이다.
자동차 전조등은 운전자 시야 확보와 야간 주행 시 상대방에 자신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부품이다.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음에도 현장에선 온도 차이에 의한 자연현상일 뿐 성능상 결함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거나 교체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자동차의 재질이나 제조상 결함으로 하자 발생 시 제조사는 무상 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조등에 대한 기준은 없고 습기의 경우 하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어 사실상 무상 수리나 교체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마다도 전조등 습기를 하자로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으며 내용도 명확치 않아 작업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그나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기준을 공개했으나 수입차들은 해당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 완성차 업체마다 전조등 습기 하자 판단 기준 달라

현대·기아차는 전조등 습기 최초 발생시 건조 작업 등 간단한 수리 후 동일한 수준의 습기가 또 나타날 경우 결함으로 판단해 신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헤드램프 전면에 습기 발생 시 20분 건조 작업 또는 흡습제를 교환하고 있다.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습기가 발생하면 헤드램프를 신품으로 교환한다”고 밝혔다. 차량안내서인 오너스 메뉴얼에도 램프 습기 관련 내용을 담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코리아는 헤드램프 내부에 흘러내린 물 자국이 있거나 램프에 물이 들어간 경우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헤드램프 내부에 흘러내린 물 자국이 있거나 램프에 물이 들어갔을 때 지정 수리업체에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매뉴얼에 안내하고 있고, 정비사업소 현장에서 차량 확인 후 수리 혹은 부품을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는 일정 틈으로 외부에서 물방울이 들어와 전조등 내부에 많은 양이 맺혀 있다면 결함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외부에서 물방울이 침투해 과하게 맺혀있는 경우에는 불량으로 볼 수 있지만 온도 차나 지하주차장처럼 주위 환경에 의해 자연 결로가 생기는 경우에는 정상으로 판단한다”며 “보통 습기가 생겼을 때 전조등을 점등해두면 금방 건조된다”고 말했다.

BMW, 벤츠, 아우디, 볼보 등 수입차들은 전조등 습기의 불량 판단 기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온라인에 검색해보면 커뮤니티 등에 수입차의 경우 동일한 현상이 발생해도 서비스센터 혹은 어드바이저마다 응대 방식이 상이해 불만이라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리센터로부터 전조등 교체를 받은 경우도 있지만 “전조등에 반 이상 물방울이 맺혔을 때 센터에 방문해라”, “물방울이 맺혔어도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면 정상이다” 등 제각각이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문제 없던 전조등에 갑작스레 습기가 발생하는 경우는 자연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운전할 때 일정 거리를 비추지 못하거나 안내 표지판이나 도로를 명확히 볼 수 없으면 결함이라고 판단해야 된다”고 바라봤다.
이어 전조등 습기 문제에 대한 완성차 제조사들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한 안전 기준에 준해 철저한 수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조등 습기 문제는 당장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습기가 쌓이면 습기량이 가중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구도가 떨어지거나 본연의 기능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그럴 경우 선제적으로 제조사 측에서 교체나 AS를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조등은 내부 온도상승으로 증가한 압력을 조절하는 벤트튜브와 캡 이외에는 밀폐된 구조다. 따라서 외부와의 온도차로 인해 발생한 습기는 상향등 점등 후 약 10분 가량 지나면 전조등의 빛이 지나가는 렌즈면의 습기가 없어지고 30분 이내에는 모든 습기가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전조등 불량으로 물방울이 유입되거나 장시간 증발하지 않는다면 렌즈와 하우징의 밀착불량·깨짐, 벤트튜브와 벤트캡 조립불량을 의심할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