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현재 251명이 보고 있다.’
‘할인 수량 5개 남음’
‘3명이 방금 구매했습니다.’
‘품절임박’
홈쇼핑, 패션,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소비자 생활에 밀접한 플랫폼에서 희소성과 긴급성, 소장욕 등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문구로 구매를 유도하는 AI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강력한 심리전이지만 신뢰도를 검증할 방법도 없다.
3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홈쇼핑, 패션, 배달앱을 조사한 결과 상품 클릭 시 실시간 이용자 수를 안내하는 문구가 적지 않다.
CJ온스타일 앱에서 판매 중인 '호무로 알러젠PRO 텐셀 모달 침구 풀세트' 상품 설명 메인에는 현재 몇 명이 보고 있는지, 총 몇 개가 구매됐는지, 몇 명이 찜했는지가 표시돼 있다.
SEGAXPS5 등 20주년 리메이크 특집 게임기 세트에 대해서는 '76명이 보고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다만 다른 날짜에 확인 했을 때는 해당 문구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날짜나 시간에 따라 메세지도 달라지는 셈이다.

몇 명의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도 제시돼 있다. 옥션에서 판매하는 특가딜 생수의 경우 구매자가 17만 명에 달한다.

또 쿠팡에 입점된 노블팜스의 '대저토마토 짭짤이' 제품을 검색하면 밑에 '품절 임박'이라는 문구와 함께 잔여 수량이 보여진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도 '올해도 쿠팡 등장과 동시에 품절 임박'이라는 문구가 크게 표시돼 있다. '품절임박'임에도 남은 수량등은 표시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도 '흑백요리사 최강록 셰프 미역우동', '아우름 문어솥밥' 등의 제품에서 품절 임박 상품이란 안내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몇 명이 보고 있다’, ‘남은 수량이 얼마 없다’ 등의 문구는 희소성과 긴급성을 강조하고 있어 충동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충분한 정보 탐색 없이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꼼곰한 비교를 생략하게 만들수도 있다. 다수의 소비자가 제품을 보고 있다는 안내 역시 제품 구매에 대한 긴박성을 부추긴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으로 노출되는 해당 수치의 산출 방식을 소비자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불분명한 정보 제공과 마케팅의 경계 속에서 소비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홈쇼핑 쇼호스트가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시간, 수량, 경쟁을 강조하는 압박성 멘트로 시청자들의 불만 대상이 됐었는데, 현재는 온라인 몰에서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압박성 문구는 쇼핑앱 내에서 수집되는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및 추천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동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상품에 단기간 내 방문자가 몰리고 장바구니 담기 비율이 높으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 시스템은 ‘현재 다수 이용자가 보고 있다’거나 ‘품절임박’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다.
에이블리처럼 10~20대 여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플랫폼의 경우 이같은 문구가 구매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품“ 등의 문구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라기 보다는 구매를 서두르게 만드는 ‘압박형 설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조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몇 명이 구매하고 있다’거나 ‘베스트셀러’, ‘시즌 베스트’와 같은 문구에 소비자들이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같은 표현은 동조화 심리를 자극해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허위·과장 정보가 포함될 경우 소비자를 기만적으로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실제 동시접속자 수 등을 기반으로 표시하는 경우라면 문제 소지는 없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내부 시스템상 허위로 수량을 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J온스타일 측은 “고객이 방문한 페이지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접속자 수를 집계해 해당 정보를 노출하는 방식”이라며 집계 오류가 생길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W컨셉 관계자도 "해당 시스템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순수하게 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조회수를 집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한정 수량은 요기요가 아닌 음식점 점주가 직접 설정하는 구조”라며 “할인랭킹은 점주가 자율적으로 할인 조건과 남은 수량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플랫폼이 임의로 수량이나 순위를 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