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가구 설치 받으려 연차까지 썼는데 당일 취소...가구·가전 배송 지연으로 소비자 골탕
상태바
가구 설치 받으려 연차까지 썼는데 당일 취소...가구·가전 배송 지연으로 소비자 골탕
배송일 지정해도 관행처럼 변경 일쑤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6.03.25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충북 청주에 사는 황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11시에 동서가구에서 주문한 침대를 배송 받기로 했다. 당일 회사에 연차를 내고 기다리고 있는데 10시경 기사로부터 '개인 사정이 생겨 배송을 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황 씨는 "침대 때문에 개인 휴가까지 사용했는데 일방적으로 배송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고객센터에서는 문의 전화가 많으니 문자를 남기라는 안내 메시지만 나올 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충북 청주에 사는 나 모(여)씨는 신축 아파트 입주 이사 일정에 맞춰 삼성전자 공식 온라인몰에서 냉장고를 주문하며 배송일을 3월13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일이 지나도록 제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지연을 안내하며 3월14일 배송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나 씨는 3월12일 고객센터를 통해 배송일이 16일로 다시 연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별도의 사전 안내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나 씨는 “지속적으로 빠른 배송을 요청했지만 ‘죄송하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이사 후 냉장고 없이 수일을 지내야 했다“고 기막혀했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주문 시점에서 배송 당일까지 ▲주문 확인 알림 ▲배송 전날 알림 ▲배송이 시작된 당일 알림 등 단계별로 안내하고 있다"며 "배송 희망일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 생산, 물류 상황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이 부분에 대해 구매 시 안내한다"고 전했다.

# 충남 천안에 사는 유 모(남)씨는 쿠팡에 입점한 판매업체에서 침대 구매후 3월10일 설치까지 받았다. 그러나 침대 머리판이 누락돼 3일 내 재방문해 설치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재촉하자 20일 설치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당일 회사에는 휴가를 내고 하루종일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유 씨는 "설치 예정이라기에 연차를 내고 일정도 모두 뺀 뒤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며 "반품 신청했는데도 아직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 대전에 거주하는 조 모(여)씨는 지난 2월 중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입점한 판매자를 통해 식탁을 주문했다. 애초 배송 일정은 3월 초였으나→3월 중순→4월 초→4월 말로 계속 미뤄졌다. 문제는 판매자와 직접적인 연락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 씨는 판매업체 측 연락처가 없어 유선 문의가 불가능했고 오늘의집 측 역시 “입점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이 씨는 “여러 구매자를 모아놓고 발주를 늦추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분노했다. 오늘의집 측 관계자는 "해당 주문은 직권 취소했고 소비자에게도 도의적 차원에서 쿠폰을 제안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구·가전 제품을 구매하면서 사전에 배송일을 지정했는데도 업체 사정으로 일정이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구와 가전은 배송과 설치가 동시에 이뤄지는 ‘설치형 상품’의 특성상 이삿날이나 입주일, 휴가일에 맞춰 일정을 잡는데  배송 차질이 단순 불편을 넘어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소비자들은 배송 일정이 틀어지면 침대·소파 등이 없이 맨바닥에서 생활하거나 냉장고·세탁기 없이 며칠씩 버티는 상황을 겪는다. 직장인의 경우 설치를 위해 어렵게 연차를 냈는데 배송이 당일 취소되거나 미뤄지면 추가 휴가를 다시 써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배송기사 방문 시간에 맞춰 기존 가구를 미리 처분하거나 사다리차, 입주청소, 인테리어 일정을 함께 맞춘 경우에는 연쇄적인 차질도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배송 지연 시 계약 해제는 물론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법 규정 있어도 가전·가구 설치일 '일방 변경' 반복

가구와 가전은 대표적인 설치형 상품이다. 소비자는 제품 가격 외에 배송비와 설치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업체는 배송일 지정 서비스도 운영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받는 날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이사·입주·휴가 일정에 맞춰 생활 계획 전체를 조정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정한 배송·설치 일정이 업체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구는 물류 인력 부족이나 설치 기사 스케줄 문제, 가전은 출고 지연과 설치 기사 부족, 계절 성수기 수요 집중 등을 이유로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반복된다. 심지어 배송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냉장고·세탁기 같은 필수 가전은 하루만 늦어져도 식재료 보관이나 세탁이 어려워지고 침대·소파·식탁 등 생활 가구는 입주 직후 기본적인 생활 자체를 불편하게 만든다. 에어컨처럼 계절성이 강한 제품은 더위가 시작된 뒤 설치가 밀릴 경우 사실상 제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배송일 지정이 단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계약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서로 합의해 날짜를 정했고 그 일정에 맞춰 연차를 내거나 이삿짐 일정을 조정한 만큼 사업자의 일방적 변경은 계약 위반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사업자가 약정한 시기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사업자가 소비자와 약정하거나 표시·광고한 시기에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정된 공급 시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비자는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배송 지연에 따른 배상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법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업체들은 배송 지연을 물류 상황이나 설치 환경 등 불가피한 변수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실제로 계약 해제나 배상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 배송일 지정이 계약인지 단순 서비스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법적 기준과 현장 관행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배송하는 것과 설치까지 완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현장 상황에 따라 설치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은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 운영업체들은  "판매업체가 약속한 배송 일정을 어기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내규에 따라 판매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