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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이상한데 진단 결과는 ‘정상’이라니...“고장 코드 없다” 수리 거부 일쑤, 소비자만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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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이상한데 진단 결과는 ‘정상’이라니...“고장 코드 없다” 수리 거부 일쑤, 소비자만 발동동
현행법, 진단기 활용 규정뿐 판단 기준 없어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6.08.0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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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2024년 10월 수입차 A사의 '준중형 세단' 차량을 구매했다. 인도 첫날부터 주행 중 저단(1~2단)에서 속도가 오르지 않고 RPM만 치솟는 현상과 고속 주행 시 변속 소음과 함께 차체가 떨리는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당시 직원은 미션 문제로 판단되나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뜨지 않는다며 차량 세팅 값을 초기화하는 선에서 수리를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겨울만 되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돼 20차례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진단기 오류 코드가 뜨지 않는다며 수리나 부품 교환을 받지 못했다. 박 씨는 "이렇다할 수리도 해주지 않아 차량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진단기에 오류 코드가 뜨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남 통영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달 15일 국산차 B사의 '대형 세단' 계기판에 오일 경고등이 켜져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직원은 오일 압력 스위치가 고장 나 교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상수리는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엔진 관련 문제일 수 있지 않느냐 물었으나 서비스센터 측은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나타나지 않아 수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씨는 “직원이 차량을 직접 확인하고 부품 고장이라는 진단까지 내렸는데도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안 뜬다고 무상수리를 거절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차량에 소음과 진동, 변속 이상, 경고등 점등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는데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리를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디지털 진단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운전자가 실제 체감하는 이상 증상과 전자 진단 결과가 엇갈리는 사례가 잇따르며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분쟁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제동, 조향, 엔진 등 안전과 밀접한 장치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을 계속 운행해야 해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은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량에 이상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수리를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장 코드가 없더라도 이상 증상이 재현되거나 검사에서 문제가 의심되면 추가 점검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진단기는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에 저장된 고장진단코드(DTC)와 센서값, 부품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하는 장비다. 차량의 제어장치가 사전에 설정된 조건과 기준치를 충족하는 이상을 감지해야 고장 코드가 생성된다.

특정 온도나 속도, 주행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간헐적 이상이나 센서가 직접 감지하지 못하는 기계적 소음·진동, 설정된 기준치에 도달하지 않은 문제는 실제 고장 증상이 있어도 고장 코드가 남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일시적인 전압 저하나 통신 오류 등으로 코드가 저장됐지만 실제 부품에는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진단기는 고장 가능성이 있는 계통과 원인을 좁혀가는 핵심 도구지만 고장 유무와 원인을 최종 확정하는 장비는 아닌 셈이다.

엔진 관련 고장 코드가 나타나더라도 원인은 센서 자체뿐 아니라 배선과 단자 접촉, 전원 공급, 연료·점화·윤활 계통 등 다양할 수 있다. 하나의 코드가 특정 부품 하나의 고장을 곧바로 의미하지 않는 만큼 시운전과 육안검사, 리프트 점검, 압력·전압 측정 등을 병행해야 한다. 필요하면 부품을 분해해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KGM △한국지엠 △BMW △벤츠 △아우디 △볼보 △테슬라 △폭스바겐 △BYD △토요타 △렉서스 △포르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진단기에서 고장 코드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현장 검사 결과 이상이 의심되면 시운전과 리프트 점검, 부품 분해 등 추가 진단을 진행하도록 정비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진단기에서 고장 코드가 확인되지 않고 서비스센터 입고 당시 소비자가 주장하는 증상도 재현되지 않으면 고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곧바로 수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며 “차량 상태와 증상에 따라 설정값을 초기화한 뒤 동일한 문제가 다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문제는 일부 정비 현장에서 고장 코드 유무가 사실상 고장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기준처럼 활용된다는 점이다. 입고 당시 증상이 재현되지 않는 간헐적 결함은 원인을 찾는 데 많은 시간과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고장 코드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점검을 끝내면서 현장에서는 갈등이 빈번하다.

'자동차관리법'은 고장진단기를 자동차 점검·정비에 활용하는 장비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는 자동차 제작·수입사가 등록 정비업자에게 고장 진단기와 정비 매뉴얼 등 정비 장비와 자료를 제공하도록 정한다. 시행규칙 제49조의5도 고장진단기와 함께 전기회로도, 부품분해조립도, 진단가이드 등을 정비자료에 포함하고 있다.

다만 현행 법령에는 진단기에 고장 코드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고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소비자가 주장한 증상이 현장에서 재현되지 않을 경우 어느 범위까지 추가 점검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은 없다. 고장 코드 유무를 수리의 최종 판단 기준으로 삼도록 한 규정도 없다.

결국 실제 고장 진단은 제작사가 마련한 정비 매뉴얼과 서비스센터 내부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정비 현장에서 진단기 결과에 의존해 추가 점검을 중단하면 소비자가 반복적인 이상 증상을 호소해도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간혹 센서나 통신 오류로 실제 고장이 없는데도 고장 코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서비스센터에서 증상이 재현되지 않고 고장 코드도 확인되지 않으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한 대에는 3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진단기만으로 모든 문제를 찾아낼 수는 없다”며 “사람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MRI 촬영 당시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데 그렇다고 고장 코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점검이나 수리를 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도 진단기로 포착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휴대전화나 블랙박스로 발생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 서비스센터에 전달하는 것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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