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OTT·패션·모빌리티·데이팅·학습·뷰티 등 각종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사업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택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이 성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혜택 제공을 앞세운 마케팅 팝업을 반복해서 제시한다거나 소비자의 기호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필수 과정인 것처럼 안내하기도 한다.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오른쪽 상단에 작고 흐린 글자로 배치된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면 '지금 나가면 30% 쿠폰팩이 사라져요'라는 압박형 문구가 등장한다. 이때 '계속 진행하기' 버튼은 상단에 위치하며 배경색과 대비되는 컬러로 강조된다. '다음에 받기'는 하단에 위치하며 배경색과 동일한 컬러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질문 바로 아래에 '해당되는 보기를 모두 선택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어서 필수 설문 조사인 것처럼 응답을 유도한다. 실제로는 문항을 선택하지 않아도 설문 조사 팝업창은 닫힌다.
데이트 플랫폼 틴더(Tinder)는 첫 접속 시 '계정 만들기 또는 로그인을 누르면 이용약관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매우 작은 글씨로 표기돼 있다.
로그인(계정 생성) 버튼은 별도로 큼직하게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해당 인터페이스에 버튼 클릭이 곧 약관 동의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안내 문구에는 이용약관을 열람할 수 있는 다이렉트 링크가 걸려있다. 틴더는 약관을 통해 이용자가 서비스에 접속 시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쿠키 정책,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안전 수칙 등을 포함한 계약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내부 구매 및 구독'은 이용자가 직접 취소하기 전까지 등록된 결제 수단을 통해 자동 갱신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첫 접속 시 '이 층으로 시작하기'를 통해 1층 쇼핑몰, 2층 퀄리티 쇼핑몰, 3층 데일리 브랜드, 4층 디자이너 브랜드, 5층 감도 높은 브랜드 등 다섯 가지 선택 항목으로 구성된 사용자 기호 조사 설문을 노출한다. 반드시 한 가지 선택지를 선택해야만 앱을 이용할 수 있다. 거부 선택지는 없다.
틱톡(TikTok) 역시 '좋아하는 항목 선택'을 통해 축구, 코미디, 댄스, 동물,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 24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거부 선택지는 없다. 반드시 1가지 이상을 선택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설문에는 학습 목표 선택을 위한 항목 외에도 듀오링고를 접하게 된 플랫폼이나 채널, 듀오링고를 통해 학습을 진행하려는 이유 등 정보를 수집하는 문항도 다수 포함돼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화된 이용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어 취향이나 유입 경로 등에 대한 정보는 단순 설문 결과를 넘어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맞게 개선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다만 이용자 선택을 지나치게 유도하거나 거부나 건너뛰기 선택을 알아보기 어렵게 구성할 경우 이용 과정에서 오히려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어 자정 노력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취향이나 유입 경로 정보를 제공했을 때 어떤 혜택을 받는지, 설문 결과가 서비스 이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소비자가 예측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크패턴이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중소 플랫폼과 온라인몰에도 만연한 만큼 소비자가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전반으로 모니터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