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내 수입차 판매 1~4위를 휩쓸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위상이 테슬라와 BYD 등 전기차 브랜드가 급부상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 수입차 빅4 자리를 꿰찼던 브랜드의 점유율은 5년여 사이 대부분 하락했다.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판매 공백을 최소화한 BMW와 벤츠만 수입차 시장에서 '2중'의 위치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존재감이 크게 미약해졌다.

BMW를 제외한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은 점유율이 줄었다. BMW의 올해 점유율은 21.3%로 2020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2024년 2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여 사이 7%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벤츠는 16.2%로 10.6%포인트, 아우디는 4%로 4.9%포인트, 폭스바겐은 1.5%로 4.6%포인트 낮아졌다.
판매 순위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벤츠와 BMW, 아우디는 각각 1~3위를 지켰고 폭스바겐도 4~5위에 머물며 독일 빅4가 상위권을 장악했다.
2023년에는 BMW가 벤츠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폭스바겐은 7위로 밀렸다. 2024년에는 아우디 7위, 폭스바겐 9위로 내려갔다. 과거 독일 빅4를 기준으로 BMW, 벤츠의 ‘2강’과 아우디, 폭스바겐의 ‘2약’ 구도가 뚜렷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테슬라의 점유율이 30%대로 2, 3위인 BMW, 벤츠의 점유율 격차가 확연해진 상황이다.
BMW와 벤츠의 판매 순위는 각각 2위와 3위다. 반면 아우디는 7위, 폭스바겐은 11위에 머물렀다.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의 점유율은 4%, 폭스바겐은 1.5%다.

BMW와 벤츠는 주력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의 판매량이 증가한데다 전동화 모델과 차급별 완전변경·부분변경 신차를 꾸준히 투입해 판매 공백을 최소화했다.
반면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주력 모델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2023~2024년 신차 공백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BMW의 주력 모델인 520은 2019년부터 매년 브랜드 내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4579대가 팔리며 2020년 이후 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7491대로 BMW 전체 판매량의 19.1%를 차지했다.
BMW 5시리즈는 2017년 2월 7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2020년 10월 부분변경을 거쳐 2023년 10월 8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부분변경과 완전변경 모델을 약 3년 간격으로 투입해 신차 효과를 이어가며 판매 공백을 최소화했다.
BMW는 5시리즈의 세대교체 사이에도 세단과 SUV, 고성능차를 아우르는 신차를 매년 5~8종씩 투입했다.
2020년에는 1시리즈 완전변경 모델과 2시리즈 그란쿠페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4시리즈 완전변경과 X3·X4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2022년에는 7시리즈 완전변경과 X7 부분변경, 2023년에는 X1 완전변경과 X5·X6 부분변경, 2024년에는 X2·X3 완전변경 모델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도 1시리즈와 2시리즈 그란쿠페 신형을 출시하며 세단과 SUV 라인업을 지속해서 교체했다.
전기차도 2021년 iX·iX3를 시작으로 2022년 i4·i7, 2023년 iX1·i5, 지난해 iX2를 잇달아 추가했다. 고성능 라인업 역시 2021년 M3·M4, 2023년 XM·M2, 지난해 M5 완전변경 모델 등으로 보강했다. 주요 차급의 세대교체와 전기차·고성능차 출시를 병행하면서 신차 공백을 최소화한 것이다.
벤츠는 주력 모델 E클래스의 최다 판매 트림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E250이었지만 2024년 1월 11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E200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E200은 1만5567대가 팔리며 전체 수입차 모델 가운데 테슬라 모델 Y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다만 올해 판매량은 5519대로 25.3% 감소했다.
E클래스는 2016년 6월 10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2020년 10월 부분변경을 거쳐 2024년 1월 11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3~4년 간격으로 부분변경과 완전변경 모델을 투입해 신차 효과를 이어갔다.
2020년에는 CLA와 GLS 완전변경 모델을 비롯해 GLB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2021년에는 S클래스, 2022년에는 C클래스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2023년에는 GLC 완전변경과 GLE·GLS 부분변경 모델, 2024년에는 G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했다.
전기차는 2021년 EQA·EQS를 시작으로 2022년 EQB·EQE, 2023년 EQS SUV·EQE SUV, 2024년 마이바흐 EQS SUV와 전기 G클래스인 G 580을 잇달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AMG GT 완전변경 모델과 AMG E 53 하이브리드, AMG CLE 53, 마이바흐 SL 등 고성능·파생 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주요 모델의 세대교체에 전기차와 고성능 모델 출시를 병행하며 라인업을 넓혔다.

아우디의 순위 하락에는 2020년 브랜드 판매량의 45.4%를 차지했던 A6의 판매 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A6 판매량은 2020년 1만1572대에서 2022년 8229대, 2023년 7885대로 줄었다. 2024년에는 1765대에 그치며 Q4 e-트론에 브랜드 베스트셀링 모델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1105대까지 판매량이 줄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90.5% 줄어든 수치다.
주력 차급의 신차 공백도 길었다. 2023년에는 1월 Q2 부분변경 모델을 제외하면 A7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S8 L·SQ7·RS3 등 파워트레인 및 고성능 파생 모델 추가가 전부였다. 2024년에도 6월 Q8 e-트론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 뒤 12월이 돼서야 Q8과 Q7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했다. 2년 동안 판매량을 끌어올릴 만한 주력 차급의 완전변경 모델이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아우디는 지난해 신차 공세에 나섰다. 1월 A3와 2월 RS Q8 부분변경을 시작으로 3월 Q6 e-트론, 7월 A5와 3세대 Q5, 8월 Q5 스포트백과 A6 e-트론, 9월 RS3 부분변경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다. 올해도 4월 신형 A6에 이어 6월 3세대 Q3를 투입하며 주력 라인업의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아우디는 신차 공세에 힘입어 올해 판매량을 50% 가까이 끌어 올리고 있다. 아우디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7337대로 49.4% 증가했다. 지난 4월 출시한 A6는 4월 77대, 5월 615대, 6월 455대 등 1147대 팔리며 판매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폭스바겐은 기존 주력 모델인 티구안의 판매 부진으로 베스트 셀링카가 바뀐 데다 판매 차종까지 줄면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2020년 티구안이 8631대로 브랜드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2021년에는 4794대가 팔린 제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티구안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2882대와 2596대로 다시 1위를 탈환했지만 2024년부터는 ID.4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차 공백에 판매 차종 축소까지 겹쳤다. 폭스바겐은 2023년 완전변경이나 부분변경 신차를 출시하지 않았고 2024년에도 8월 투아렉 부분변경 모델만 선보였다. 2022년 12월 티록과 파사트 GT의 판매가 종료된 데 이어 2024년에는 아테온과 제타,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국내 라인업에서 빠졌다. 판매 차종은 2020년 10종에서 현재 6종으로 40% 줄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ID.4 상품성 개선 모델과 골프 부분변경 모델, ID.5, 아틀라스를 새롭게 투입하며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BMW는 지난 6월 노이어 클라쎄의 첫 양산 모델인 전기차 iX3를 국내 출시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벤츠는 올해 전기 CLA와 CLA 하이브리드, 전기 GLC·GLB 등 전동화 신차 4종과 S클래스를 비롯한 부분변경 모델 6종 등 총 10종을 국내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AMG GLS 63과 E 200 익스클루시브, AMG GT 43 등 신규 트림과 파생 모델을 출시했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3종과 CLA 하이브리드,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는 지난 4월 A6와 6월 Q3 완전변경 모델에 이어 지난 9일 Q5와 Q5 스포트백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신차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Q7 완전변경 모델과 브랜드 최초의 대형 SUV Q9을 추가해 SUV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바겐은 올해 4월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에 이어 6월 2026년형 ID.5를 투입했다. 보조금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ID.5와 ID.4에 책정된 국고보조금은 각각 473만 원과 432만 원으로 올해 수입 승용 전기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3~2024년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 감소 시점이 신차 공백과 겹쳤다는 점은 수입차 시장에서 신차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국내 판매를 확대하려면 다양한 차급에서 신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