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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이름 팔던 통신사들 말바꾼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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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이름 팔던 통신사들 말바꾼 사연은?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0.08.26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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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광고를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리타분한 멘트가 있다. 바로 고객 감동이다. 기업입장에서 이미지 상승에 고객만큼 좋은 아이템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언이 불여일행’이라 했던가, 감동은 고사하고 실망만 안겨주는 업체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통신시장은 그 정도가 심해 고객을 전면에 내걸고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통신시장의 화두는 ‘번호통합’정책이다. 3세대(3G) 이동통신 사용을 010 번호로 제한하며 010 사용자 비율이 80%에 이르면 ‘01X’사용자의 번호를 010으로 강제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다. 최근 010사용자가 82%에 육박하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통신3사는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그 중심에 ‘소비자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분명히 했다.

KT와 LGU+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내세워 010 통합의 조속한 시행과 명확한 일정 제시를 요구했다.  반면, SKT는 사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점진적인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번호통합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여론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고민 끝에 ‘한시허용’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2세대(2G)서비스를 중단하는 통신사에 한해 3년간 01X로 3G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자 ‘010번호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KT가 은근슬쩍 입장을 바꿨다. 010 통합을 안 하겠다는 방통위 방안에 찬성을 하고 나선 것. 

2G 가입자를 많이 확보한 SKT를 겨냥해 번호통합을 줄곧 외쳤지만 방통위의 안에 따르면 번호통합을 하지 않아도 3G고객을 늘릴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는 속내였다.

번호통합 대안이 KT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되자 그동안 010 통합을 반대하던 SKT는 통합을 하지 않는다는 방통위 안에 오히려 반대 입장이 됐다. 또한 KT와 연합해 SKT와 대립각을 세웠던 LGU+는 KT에 등을 돌렸다.

결국 소비자들의 편의를 주장하며 번호의 통합 혹은 유지를 주장했던 기존 입장이 허구였음을 스스로 인증한 셈이다.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적어도 소비자의 이름은 팔지 말았어야 한다.

오늘도 고객 감동을 외쳐 되는 업체 들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미소부터 지어진다.

하긴, '상생의 길'을 찾자며 세 회사의 CEO들이 손을 맞잡아 놓고도 뒤돌아서는 편법 마케팅을 펼치고 서로를 고발해대며 추한 모습을 보이던 회사들이 아니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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