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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한국적 영웅, 세계적 뮤지컬을 향한 갈망, 뮤지컬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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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한국적 영웅, 세계적 뮤지컬을 향한 갈망, 뮤지컬 ‘영웅’
2009 영웅 vs 2010 영웅, 2011 미국진출까지 바라보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2.2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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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평화를 위해 두 손이 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방아쇠를 당기거나 두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나라를 빼앗긴 망자로 살면서 지금 손에 들 수 있는 것은 총이지만 자신의 아들은 그 땅 위에 기도하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앞에서 관객들은 당연하게 고개를 떨군다. 관객들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독립한 땅에서 여전히 불안한 안보와 평화 앞에 살고 있다. 101년전 안중근의 고뇌와 거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관객들은 그에게서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줄 알았던 한국의 영웅을 발견한다. 그 때 불현 듯 작품은 의도적으로 인간 안중근을 보게 한다. 영웅에 대한 뜨거운 함성은 필히 그의 인간적 고뇌가 오버랩 될 때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의 고뇌와 거사를 거룩히 지켜보게 하면서 한국적 영웅 탄생을 갈망하는 마음속 갈증을 자극한다. 애국심과 민족성을 놓고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려 해도 절정의 넘버와 조국, 어머니, 가족 등을 등장시키는 극에 빠질수록 관객은 어쩔 수 없이 움찔함과 뭉클함을 느낀다. 그것은 분명 이성과 논리보다도 앞 서 있어 스스로 헤아리기도 전에 반응하는 당신의 정체성이리라.

 

2010 뮤지컬 ‘영웅’의 가장 큰 적, 2009 ‘영웅’ 초연

 

초연 당시 뮤지컬 ‘영웅’은 역사 드라마, 애국심 고취 등 무거운 선입견을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애써 그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이번 뮤지컬 ‘영웅’을 그런 편견 때문에 보지 않기에는 2009 뮤지컬 ‘영웅’의 존재감이 너무도 컸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갈증 해소, 한국 공연의 업그레이드, 제4회 뮤지컬 어워드와 제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최다 부문 석권 등 화려한 작품의 수식어를 관객은 이미 마주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작품에게는 무거운 짐이었고 관객들에게는 큰 기대를 낳았다. 작품 구석구석에서 지난해와는 또 다른 연출부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사실 이번 앙코르 뮤지컬 ‘영웅’은 스토리, 캐릭터, 무대 구성, 뮤지컬 넘버 심지어는 출연 배우까지 초연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다시 돌아온 2010 뮤지컬 ‘영웅’은 정리된 모습을 보여준다. 보여줄게 너무 많았던 지난 공연과 달리 더 확실하고 일관되게 인간 안중근의 감정에 몰입한다. 관객들은 안중근의 감정에 의해 극을 보고 듣고 느낀다. 주제가 확실히 드러난다. 이를 위해 연극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설희’와 ‘링링’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장면 일부가 삭제 됐다. 이에 2막 기차씬에서 ‘설희’의 넘버가 개연성이 사라진 듯 보인다. 모시던 분의 죽음으로 강해진 궁녀 ‘설희’와 인간 안중근을 흠모했던 ‘링링’의 설렘을 기억하며 있을 법 했겠다며 극적 재미를 만들어갔던 관객들에게 작품은 이제 인간과 영웅 사이에 있는 안중근에게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2011 미국 진출 성공을 기대하며 

 

제작 단계부터 세계 진출 목표를 선포했던 뮤지컬 ‘영웅’이 2011년 드디어 그 결실을 맺는다. 제작사는 이번 공연에 앞서 오는 2011년 5월 3주 동안 로스앤젤레스(LA) 팬티지시어터에서 공연하고 8월 중순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3주간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 완성도의 정점은 장부가 큰 뜻을 품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할 수밖에 없는 기막히고 원통한 현실의 한을 향한 우리 관객들의 암묵적 동의에서 나온다. 극 중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낱낱이 열거하는 넘버 ‘누가 죄인인가’에서 곡이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뜨거운 갈채 역시 그 정서를 대변한다. 역사적 고증과 연극적 상상력을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우리 관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뮤지컬 관광을 위해 전 세계인이 모인다는 나라에서 한국적 정서의 동의가 전혀 없이 올려 질 뮤지컬 ‘영웅’에 마음이 쏠린다.

 

작품이 초연과 달리 캐릭터의 개연성이 줄고, 인간 안중근의 감정에 치중하면서 구성이 헐거워진 것은 분명 아쉽다. 하지만 전작 뮤지컬 ‘명성황후’의 미국 진출 성공과 더불어 뮤지컬 ‘영웅’의 완성도를 생각해 희망적인 미래를 예상해본다.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그 유명한 3D 헬리곱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3D 기차씬이 여전히 작품에 있다. 또한 미적 쾌감을 선사하는 극적인 무대장치,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군무, 빼어난 넘버 등은 한국 뮤지컬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실력을 보여준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작품의 실력으로 먼 나라에서 높이 빛날 뮤지컬 ‘영웅’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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