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들이 명의변경을 금지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혼란이 일고 있다.
유예기간도 없이 정책이 전격 시행되는 바람에 명의를 빌려줬거나 받은 사람들이 원상복귀를 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골드번호 등 번호매매 금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1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명의변경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들은 약정변경을 통해 3월부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명의변경을 제한하고 있다.
미래부와 통신사가 명의변경을 금지하는 이유는 ‘번호매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골드번호 등 이른바 번호를 매매하는 업자들은 명의변경을 활용했다. 명의변경을 통해 번호를 매매하는 중개사이트가 성업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대리점에서는 타인 명의로 가개통을 해놓은 뒤, 판매정책이 좋은 시점에 실사용자 명의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통해 판매수수료를 더 받아왔던 것이다.
◆ 선의의 피해자 발생 우려...미래부 "예외조항으로 해결 가능"
명의변경이 금지되면서 규정상 명의변경이 가능한 조건은 크게 ▶가족 간 명의변경과 ▶법인 간 명의변경이다.
가족간 명의변경은 부모와 형제, 자녀, 외조부모 등 2촌간에서만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 명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며 3개월에 1회만 명의를 바꿀 수 있다. 법인의 경우에는 사업의 인수나 합병, 직원의 이직으로 인한 명의변경만 가능하다.
그러나 명의변경 금지 이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회선이 부족해 남자친구 명의로 가입을 했다가 이후 명의가 변경되지 않는 경우나, 직장동료의 신용상의 문제로 명의를 빌려줬다가 이직 후 명의를 원상복귀 시키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 를 통해 접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예외조항이 있어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신용불량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많이 제기됐다”며 “신용불량 문제로 타인명의로 가입했다면 증빙이 가능한 서류를 갖고 통신사에 문의하면 실사용자로 명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또 명의변경 금지 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예외조항을 뒀다고 밝혔다. 다만 예외조항이 알려질 경우, 대리점이나 번호매매업자들의 악용할 수 있어 이를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안내와 유예기간을 통해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실사용자 간 명의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은 일방적인 정책 운영으로 지적받을 내용이다.
미래부는 지난 1월 '명의변경 제한'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전부이다. 또한 통신사들은 각 회사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렸을 뿐 관련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다.
번호매매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면 ‘번호변경 후 명의변경’에 대해 풀어주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우선됐어야 한다고 소비자들은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심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