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 분명 ‘소비자(고객)는 왕’이다. 하지만 왕으로서의 권리라고 착각하는 행태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위 블랙컨슈머라고 불리는 행태는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업종을 망라하고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갑질은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권리주장을 위해 했던 행동이 뜻하지 않게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반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갑질 행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블랙컨슈머도 처음에는 선량한 소비자였다.”
일명 '카더라 통신'의 잘못된 정보를 믿고 목소리를 높여 한번 원하는 것을 얻게 된 소비자가 마치 그것이 정당한 권리인양 착각해 악습을 반복하는 상황을 단박에 설명해 주는 말이다.
국내 산업계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소비활동 후 문제를 제기하는 비중은 3% 정도인데 여기서도 블랙컨슈머는 1%에 불과하다. 문제는 소수에 그치는 이들의 행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
기업들은 블랙컨슈머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파악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게 되고 이를 악용한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행위가 더욱 악의적이고 지능적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비용은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블랙컨슈머 근절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응 마련에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 블랙컨슈머 해결 키워드, 소비자와 기업 간 '소통'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스트레스 ▶허위과장 광고로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상승시키는 사업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미흡한 규정 ▶각종 고발 프로그램에서의 불안 조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여러 단계에 걸쳐 복합적으로 엮인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과 소비자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기업들이 고객 목소리에 무관심하게 대응하거나 나 몰라라 한다면 선량한 소비자들도 어느 순간 변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담 직원이 폭언을 일삼는 고객에게 전화를 끊는 등 잘못된 점을 알려주는 것이 고객 스스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식”이라며 소통의 필요성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민원 내용을 기업 의사결정권자가 보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 '갑질 행위' 처벌 가능성 적극 안내...기업과 직원 의식개선 교육 동반돼야
소비자 갑질 행위로 인한 2차 피해는 결국 다른 선량한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갑질 행위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서 불법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벌이는 행위들이 갑질에 해당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어느 정도가 합당한 요구인지 교육을 통해서 적극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갑질을 했을 경우에는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알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고객의 분쟁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소비자가 책임이 수반된 권리를 주장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설명이다.
이어 이 교수는 “블랙컨슈머 확산은 기업들이 무조건적인 고객만족 서비스를 강조한 탓도 있다”며 “소비자들의 갑질 행위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고객응대 직원들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허 교수 역시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원칙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며 “갑질로 인해 고발 등 제재조치를 당할 수 있음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보통의 소비자들이 문제제기하는 것을 무조건 갑질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랙컨슈머를 대하는 공동 매뉴얼 마련도 대응 방안으로 제시된다.
유수현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사무총장은 “블랙컨슈머를 처벌하는 법적 가이드가 마련돼 있지는 않다”며 “상식을 벗어난 행동, 폭언 등에 대해 기업들이 공동 매뉴얼을 만들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우량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